챌린저&체인저가 말합니다 … “불황이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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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앙일보가 ‘혁신의 아이콘’ 챌린저&체인저 33명을 뽑아 2015년 지면에 연재했습니다.
제조업의 기본인 기계·설비부터 첨단 IT(정보기술)까지 … .
이들의 공통점은 무얼까요

깨지고 부딪히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해 결국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내고 세상을 바꾸는 챌린저&체인저. 이들은 불투명한 경제 상황 앞에서 오히려 도전 의식을 불태우고 있었다. 학습용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클래스팅을 운영하는 조현구(31) 대표는 “사람들이 경기가 악화됐다고 느낀다면 오히려 이 경기 악화 자체를 비즈니스 전략으로 이용할 수 있다”며 “고비용 사교육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유료 교육 콘텐트를 올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발상의 전환’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매년 불황 얘기가 나오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도 했다.

“매년 어렵단 얘기 안 나온 적 없어
위기 닥칠수록 공격적으로 나가야”
메르스 속 확장, 매출 11% 늘리고
해외 진출로 더 큰 수확 노리기도

 전국 20만 명의 어린이에게 교육교재를 공급하고 있는 다담의 남해원(60) 대표는 “위기가 닥칠 수록 더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다”며 “공격이야말로 최선의 방어”라고 말했다. 남 대표는 오는 3월 베트남과 중국에 유아용 교재를 수출하기 위해 한창 번역 작업을 진행 중이다.

 면역 진단 키트를 수출하는 에이티젠의 박상우(46) 대표도 “벤처기업을 하다보면 매일 매일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피해가지 않고 정면승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에이티젠은 지난해 10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이달에는 덴마크의 암 전문병원에서 임상실험을 시작한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명제를 실행해 이미 성과를 거둔 챌린저&체인저도 있다. ‘투뿔등심’ 등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박영식(35) SG다인힐 부사장은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외식업계에 한파가 몰아쳤지만 서울 이태원에 팝업스토어(단기 임시매장)를 여는 등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더니 오히려 매출이 11% 올랐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는 스테이크의 본고장격인 미국에서 한국식 ‘숙성 등심’으로 승부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챌린저&체인저들도 올해를 위기로 파악하고 있었다. 정주환(38) 카카오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우리 모바일은 중국보다 3년이나 뒤처졌다. 어서 따라잡는 것이 올해의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강조했다.

 박혜린(47) 바이오스마트 회장은 “최고의 대기업 출신들이 재취업하겠다고 몰리는 것을 보니 경기가 정말 안 좋다는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황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 챌린저&체인저의 특징이다. 최은모(56) 무진서비스 대표는 세계적으로 기계·설비 산업 경기가 저조하지만 연구개발(R&D) 투자를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최 대표는 “경제란 늘 부침이 있으니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보안기업 테르텐의 이영(47·여) 대표는 “비가 안온다고 천수답 마냥 하늘만 바라 볼 수는 없는 일”이라며 “불황일수록 기술개발을 더 늘린다면 나중에 더 큰 수확을 거둘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올해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테르텐은 이스라엘 보안 업체와 손잡고 미국·유럽 시장 진출 시동을 걸었다.

 이들은 한국 경제의 희망을 젊은이들에게서 봤다. 화장품 ‘닥터자르트’ 브랜드로 유명한 이진욱(39) 해브앤비 대표는 “나도 청년 창업을 했지만 불황과 청년실업으로 우울해진 우리 경제를 구할 ‘히어로(영웅)’가 필요하다”며 “한국에서도 중국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같은 히어로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사회·경제 전반에 퍼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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