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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임종룡의 ‘거친 금융개혁’ 빈말이 안 돼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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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개혁 앞에 ‘절절포(절대로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란 수사(修辭)를 붙였다. 지난해 1월 농협금융지주 회장 때다. ‘엄한 시어머니’인 규제 당국을 상대로 금융회사 경영진이 한 말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두 달 뒤 그가 금융위원장이 된 후엔 금융개혁의 절실함을 표현한 말로 유명해졌다.

 그런 임 위원장이 올해를 ‘거친 개혁’ 원년으로 선포했다. 거친 개혁은 ‘순한 개혁’ ‘착한 개혁’의 반대말이다. 순한 개혁은 누구나 공감하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개혁이다. 거친 개혁은 반대의 목소리가 큰 것들이다. 그는 반대를 뛰어넘고 설득하고 수십 년 쌓인 관행이라도 고쳐야 할 것은 기필코 고치겠다고 했다.

 그러나 어제 그가 내놓은 ‘거친 개혁’의 밑그림은 기대와 달리 핵심이 빠진 느낌이다. 금융권 보신주의와 연공서열 타파를 그는 개혁의 최우선 순위에 뒀다. 한국 금융에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의미다. 인터넷 은행과 핀테크 산업 육성, 수요자 중심 현장 밀착 행정,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 등도 언급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올해 우리 경제의 화두는 구조개혁이다. 기업 구조조정은 그중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가뜩이나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의 근거 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지난 연말로 효력을 잃었다. 채권단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이에 대한 실천 전략이 안 나온 것은 유감이다.

 게다가 금융 산업에 대한 비전도 불투명하다. 금융은 실물경제의 등대이자 거울이다. 단순히 기업과 투자자 간 중개 기능에 그쳐서는 안 된다. 스스로 부를 창출하는 첨단·전문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금융이 선진화되지 않고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다.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비난을 받은 것도 절대적인 수준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경제 규모에 걸맞은 역할을 못해서였기 때문이다. 이런 과제들에 대한 강한 의지와 구체적인 밑그림 없이 말뿐인 ‘거친 개혁’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절절포’의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