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의 눈물…중국 침체로 가격 고점 대비 25%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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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빛을 잃어서다. 지난해에만 값이 10% 남짓 떨어졌다.

보석 정보회사인 폴리시드프라이스가 발표하는 다이아몬드 지수 기준이다. 금값 하락과 거의 비슷하다. 같은 기간 온스(31.1g)당 금값은 약 12% 정도 하락했다. 그 바람에 다이아몬드 시세는 2010년 중반 이후 5년 반 새 가장 헐하다.

블룸버그 통신은 “다이아몬드는 한때 금 투자의 대안이었지만 요즘 떨어지는 흐름을 보면 금값과 거의 닮은꼴”이라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엇보다 중국의 다이아몬드 수요가 시원찮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귀금속과 보석의 상징인 드비어스가 지난해 연말부터 중국에서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지만 판매가 되살아날 것 같지 않다”고 1일 전했다.

폴리시프라이스에 따르면 중국인의 다이아몬드 수요는 2014년까지 꾸준히 늘었다. 중국 신세대 젊은이들이 결혼예물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호해서다.

직격탄은 지난해부터였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다이아몬드 수요가 줄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반부패 투쟁이 다이아몬드 시장을 엄습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 금리 인상 전망 탓으로 달러 값이 오른 것도 다이아몬드 시장에 악재가 됐다.

파장은 인도로 번졌다. FT는 “인도가 다이아몬드 가공의 중심지”라며 “다이아몬드 소매 가격은 떨어진 반면 원석 값은 꾸준해 가공업자 등의 수익이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한 인도 가공업자는 FT와 인터뷰에서 “다이아몬드 원석 생산은 2014년 이후 40%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가공 다이아몬드 소매 거래량은 절반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창고엔 다이아몬드 재고가 쌓여 있다.

금값이 2009년에 이어 2차 추락을 시작한 2013년에도 다이아몬드 가격은 안정세를 보였다. 2014년 중반엔 상승하기도 했다. 당시 포천지는“투자자 사이에서 다이아몬드가 금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의 몇몇 헤지펀드들이 모여 다이아몬드 투자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장식이나 예물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다이아몬드를 사들이겠다는 요량이었다. 나스닥 쪽은 다이아몬드 지수를 개발했다. 금처럼 선물거래를 개척하기 위해서였다. 톰슨로이터는 “장식용 소매 중심인 다이아몬드 시장이 금융화할 기미가 나타나고 있었다”고 당시 평했다.

하지만 성과는 시원찮다. 포천지는 “다이아몬드가 투자대상이 되기 위해선 가격과 품질의 표준화가 절실한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크기의 다이아몬드라고 해도 가공 기술과 원석의 종류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이다. 그 바람에 다이아몬드 선물거래나 상장지수펀드(ETF)는 본격화하지 못했다. 반면 금은 일정 순도만 유지하면 무게 단위로 가격이 거의 같았다. 금의 현물뿐 아니라 선물 거래가 활발한 까닭이었다.

FT가 인터뷰한 다이아몬드 전문가들은 올해를 전환점으로 봤다. 한 전문가는 “현재 재고를 털어내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올해 다이아몬드의 눈물은 더 굵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다이아몬드 부국(富國)=생산량을 기준으로 하면 최대 생산국은 러시아다. 2014년 기준 글로벌 채굴량의 29%가 러시아산이었다. 2위는 아프리카 남부의 보츠와나(18%), 3위는 콩고민주공화국(12%), 호주(10%), 캐나다·짐바브웨(8%) 순이었다. 반면 달러로 환산하면 1위 국가는 보츠와나(26%)였고 러시아가 2위(22%)였다. 보츠와나산 다이아몬드 품질이 좋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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