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빛낸 기업] 세계시장 향해 힘찬 스윙, 안개 속 경제 활로 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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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 5월 경기도 평택시에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 기공식’을 열고 대규모 반도체 생산 라인 건설에 착수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의 총 부지 면적은 289만㎡(87만5000여평)로 축구장 약 400개 넓이다. 이는 현재 국내 최대 반도체 생산 단지인 경기 기흥·화성단지를 합한 면적(91만평)과 비슷한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곳에 2017년까지 총 15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번 투자로 41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5만 명의 고용창출 등이 가능할 것으로 삼성 측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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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는 지난 11월 정의선(45) 부회장과 양웅철(62)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가 참석한 가운데, 전 세계 럭셔리카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 ‘제네시스’의 론칭을 선언했다. 제네시스는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같은 독일산 럭셔리카 브랜드와 맞서 싸우기 위해 현대차가 역량을 집중해 내놓은 브랜드다. 최근 출시된 대형 럭셔리 세단 EQ900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총 6종의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다. 일단 시장 반응은 좋다. EQ900은 사전 계약으로만 1만4000대 이상 팔리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삼성전자, 15조6000억원 투자

평택에 반도체 생산 라인 건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럭셔리카 시장 공략에 역량 집중

"IMF 못지않다” 위기감 고조에도

기업들, 역발상 대규모 투자 잇따라

 ‘IMF 못지않다’는 말이 회자된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0년대 말처럼 기업환경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우선 기업들의 매출 감소세가 뚜렷하다. 한국은행이 국내 외부감사 대상 법인 1만6281곳 가운데 3065곳을 표본 조사해 최근 발표한 ‘3분기 기업경영분석’ 통계에 따르면, 조사 대상 법인들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3% 줄었다. 불황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하락이 우리 기업들의 실적을 억눌렀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도 분발하고 있다. 과감히 대규모 투자를 하거나, 신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일자리 만들기에도 열심이다.

 재계 3위인 SK그룹은 두 가지 전략으로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 주특기를 주고받는 ‘글로벌 파트너링(합작방식)’을 통해서다. 지난 10월 세계 2위의 화학회사인 사빅과 힘을 합쳐 울산 넥슬렌 공장을 준공한 게 대표적인 성과다. 합작을 통해 SK는 사빅의 글로벌 유통망을, 사빅은 SK가 가진 고부가·고성능 폴리에틸렌인 ‘넥슬렌’을 각각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시장을 다지면서 인근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그룹 최태원(55) 회장은 지난 8월 중국을 방문해 SK하이닉스 우시 공장과 SK종합화학의 우한 NCC공장을 둘러봤다. 스페인과 터키를 중심으로 한 유럽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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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그룹은 계열사인 LG화학 등을 필두로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시장을 공략 중이다. 친환경 핵심 기술인 ESS(에너지저장장치)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인정받는다. LG화학은 최근 세계 1위 ESS기업인 미국 AES와 단일 ESS 공급 계약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G그룹은 또 20여 곳에 이르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인 7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투자액(5조7000억원)보다 3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는 “위기일수록 지속적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신동빈(60) 그룹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데에도 열심이다. 롯데는 올해 1만5800명을 신규 고용했다. 숙원 사업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완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조5000억원의 투자금액이 들어가는 롯데월드타워가 2016년 말 완공되면 관련 일자리 창출과 주변 상권 활성화 등을 통해 9조원대 생산유발효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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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내외빈.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근혜 대통령,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삼성전자]

 포스코는 철강 본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주력 부문의 정리와 재무 건전성 강화에 총력을 기울인다. 제품 판매뿐 아니라 고객사에 대한 기술지원과 영업지원을 골자로 하는 솔루션 마케팅에도 부쩍 공을 들인다. 덕분에 지난해 130만t 수준이던 솔루션 마케팅 관련 판매는 올해 180만t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GS그룹은 청년 일자리 창출 및 고용안정 보장을 위해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전 계열사로 확대 적용한다. 적극적으로 인재 채용에도 나선다. 올 하반기부터 2017년까지 9700명을 새로 채용한다. 그룹 주력인 GS칼텍스에선 기존 에너지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화학분야로까지 넓혀가는 작업이 한창이다. 성과도 나온다. GS칼텍스는 최근 차세대 친환경 연료인 바이오 부탄올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한화그룹은 올 초 그룹내 태양광 사업의 양대 축인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을 한화큐셀로 묶어 세계 1위의 태양광 회사(셀 생산규모 기준)를 출범시켰다. 한화큐셀은 지난 4월 미국 내 2위 전력사인 넥스트에라와 1.5GW(기가와트) 규모의 모듈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는 기존 태양광 업계 공급계약 중 사상 최대 규모다. 대한항공은 항공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6월 국내 항공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항공기 100대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새로 구입키로 한 보잉의 B737MAX-8 등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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