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만의 스캔들, SK그룹 임직원들 뒤숭숭

중앙일보

입력

 
최태원(55) SK그룹 회장의 혼외자 존재와 함께 부인 노소영(54)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결심이 공개된 29일 SK그룹 임직원들은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특히 임직원들은 최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지 넉달 만에 ‘내연녀 스캔들’ 문제가 불거진 것에 대해 향후 경영 전방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 계열사의 한 부장급 직원은 “해당 내용에 대해 일부 아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연말에 갑자기 편지 형식으로 내용이 공개되면서 직원들 모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회장이 출소 이후 공장과 사업장을 돌고 새로운 경영전략 포부를 밝히면서 그동안 움츠렸던 그룹이 다시 활력을 찾아 기대했는데 이번 파장이 악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 회장은 출소 이후 각종 기부는 물론 청년 창업 지원 등 각종 ‘사회공헌활동’을 강조하면서 기업 이미지를 높이려 애써왔다. 앞서 그는 지난 8월14일 0시께 의정부 교도소에서 석방됐다. 지난 2013년 1월 구속된 뒤 926일 만의 출소로, 대그룹 회장 중 가장 오래 수감 생활을 했다. 당시 최 회장은 성경책을 들고 나오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고스럽다”며 “앞으로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SK그룹의 다른 관계자는 "어차피 터질 게 터졌으니 차라리 빨리 공개되는 게 났다는 분위기도 있다"면서도 "다만 솔직히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에 비유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고백은 개인사라고 해도 어떻게든 미화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열심히 쌓아온 기업 이미지가 오너 리스크 때문에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어렵게 사실을 고백한 만큼 그 부분은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했다. 최 회장은 편지에서 “진실을 덮으면 저 자신은 안전할지도 모르지만, 한쪽은 숨어 지내야 하고, 다른 한쪽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며 “지극히 개인적인 치부이지만 이렇게 밝히고 결자해지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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