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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부정한 일본 역사학자들은 뭔가" "완벽하지 않아도 한국에 최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과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를 낸데 대해 미국내 아시아 전문가들은 다양한 입장을 피력했다. “한ㆍ일 모두에 좋은 소식”부터 “위안부를 부정한 일본 역사학자들의 주장은 어떻게 되는가”에 이어 향후 3국 군사협력의 강화 움직임까지 예측했다. 미국 전문가들이 본지에 전한 입장과 전망 전문을 소개한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바라보는 미국 전문가 진단

위안부 부정한 일본 역사학자들은 뭔가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역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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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역사학 교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합의는 두가지 다른 측면이 있다. 먼저 정부 대 정부의 정책이라는 측면이 있고 둘째는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측면이다. 정책 결정의 측면에선 ‘오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서울과 도쿄는 군사적 성노예라는 끔찍한 역사의 가해자로서 일본 정부의 개입을 인정했던 고노 담화가 나온 후인 1990년대 중반으로 돌아가는데 접점을 좁히며 관계를 재시작할 수도 있게 됐다. 이는 현실주의적 시각에선 중요하다.

더 넓은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이번 합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가 들여다봐야만 하는게 있다.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들이 만족하지 않는 점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대만 외교부가 이번 합의에서 배제된 점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북한인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어떻게 되는가? 일본 제국주의 전반에 걸친 다른 문제는 어떻게 되는가?

동시에 일본의 우익과 중도 보수가 공개적으로 (합의에 대해) 불만을 표명하는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왜 아베 신조 총리의 부인은 즉각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는가. 왜 (일본에선) 반한 증오가 거리에서 “아베 총리는 부끄러워하라”는 고함으로 표출됐는가. 그리고 (위안부가) 역사적으로 존재했다는 점을 부인하는 일본의 역사학자들은 뭔가. 그들은 이제 뭐라고 말할 것인가.

그래서 정부 대 정부로 결과물을 냈지만 사회적 측면에선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이 위안부에 대한) 역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아니면 그렇지 않을지 이다.

다음 수순은 3국 군사 협력될 것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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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이번 합의는 한국의 민간단체와 정치권에서 반대가 있지만 좋은 합의라고 평가한다. 일본이 책임을 인정하는데서 내가 예상했던 이상으로 더 진행된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과 전화 통화까지 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의 고통에 대한 책임을 합의에 포함시켰고 아베 신조 총리는 사과와 함께 기금 출연으로 10억엔을 밝혔다.

 이번 합의는 북한에 대한 (한ㆍ미ㆍ일) 3국의 협력을 개선하는 길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그간 서울이 관심을 보여왔지만 미국에선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미국ㆍ중국ㆍ한국의 대화에 일본의 반대를 완화할 것으로 본다. 미국으로선 이번 합의가 분명히 좋은 소식이다. 양국 합의로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양국이 관계를 정상화할 길을 열었고 이는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을 위해서도 환영받을 일이기 떄문이다.

 내 예상으로는 향후 북한 급변 사태에 대한 내용이나 (군사) 정보 공유와 관련돼 군사 협력이 미국ㆍ한국ㆍ일본의 협력의 다음 수순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합의는 최종 합의라는 점에서 이를 이행하는 부담이 한국에 있다. 국내 정치 상황이 복잡한 만큼 정부는 민간단체와 정치적 반발을 잘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추진할 것

데니스 핼핀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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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핼핀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

 이번 합의는 도쿄의 입장에선 외교적으로 대단히 탁월한 행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제 전세계에 여성 인권을 주창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일본의 오랜 숙원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워싱턴은 한ㆍ일 양국의 입장에 맞춰 태평양 전쟁이라는 과거사를 매듭짓고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을 함께 추진하며 북한의 도전, 중국의 부상에 함께 나설 수 있게 돼 환영할게 분명하다. 크리스마스 직전 한국 문제를 다루는 의원의 한 보좌진을 만났는데 그는 의회 내에 “위안부 피로증”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로선 이번 합의는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박 대통령은 도쿄에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다른 중요한 현안은 위안부 소녀상이다. 일본은 소녀상을 일본대사관 앞에서 옮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나도 몇차례 소녀상을 찾았지만 한국인들에겐 이는 대단한 상징이다. 꽃이 놓여지고 때로는 우비가 입혀지는 한국의 자유의 여신상이나 다름없다. 이때문에 소녀상을 창고로 옮겨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마도 3월 1일 파고다 공원으로 옮겨질 수도 있다. 이날(삼일절)의 상징성 때문이다. 어쨌든 한국 정부가 일본 대사관에서 소녀상을 옮기려 한다면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

완벽하지 않을 수 있어도 한국에겐 최선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퍼드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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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퍼드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한ㆍ일 양국의 합의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 좋은 소식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하면서 서로를 향한 분노를 점점 고조됐고 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양국 모두에 긴요한 다른 분야에서도 협력이 이뤄지지 못했다. 양국 국민들은 서로를 향해 악감정을 쌓아갔고 제3국에서는 물론 내가 있는 대학에서조차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

 이번 합의는 양국 관계를 재정립할 것이다. 서로의 노력과 운도 작용해 양국은 관계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합의는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국으로선 아마도 최선을 얻은게 된다. 국제 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놓고 한국을 향한 도덕적 지지는 매우 광범위했지만 동시에 얇았던게 사실이다. 게다가 국제법으로 볼 때 일본의 법적 위치는 한국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강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개인적으로 합의를 승인했고 일본 정부의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이를 밝혔다. 아베 총리는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일본의 도덕적ㆍ정치적 책임은 인정했다. 이는 대단히 중요하다. ‘위안부’ 합의를 아베 총리가 승인한 것은 닉슨 대통령이 중국으로 가서 마오쩌뚱과 양국 관계를 정상화한 것과 같다. 아베는 일본 우익의 지도자이니 우익의 대부분은 이번 합의를 받아들일 것이다. 물론 의심의 여지 없이 일부 일본인들과 단체들은 합의에 비판적이겠지만 일본인 대부분은 이를 지지할 것이다. 더 큰 리스크는 한국내 반대다. 박근혜 대통령과 윤병세 외교장관은 합의를 얻어내는데서 외교적 수완을 발휘하고 결단을 내린 정치적 리더십을 인정받을만 하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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