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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군, IS 주둔 라마디 탈환 … 오합지졸 벗고 단독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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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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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보안군 병사들이 27일(현지시간) 라마디 지방의회 건물 근처에서 이라크 국기를 휘날리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이날 이슬람국가(IS)로부터 전략 요충지 라마디를 완전 탈환했다고 밝혔다. [라마디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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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정부군이 28일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점령했던 안바르주의 주도(州都) 라마디를 완전 탈환했다. 지난 5월 IS의 기습 공격으로 이라크군이 라마디에서 퇴각한 지 7개월여 만이다. 당시 이라크의 최정예 ‘황금사단’은 10분의 1도 안 되는 IS의 자살 폭탄 공격 등에 겁을 먹고 탱크 등 무기를 버리고 도주했다.

민병대 배제, 정부군 주도 작전
IS 국가 선포 후 최대 패배 안겨

과거엔 탱크·무기 버리고 도주
미군, 정부군 훈련에 공들여와

다음 목표는 제2도시 모술 수복
IS, 댐 폭파 최후의 저항 가능성도

 이라크 합동작전사령부 대변인 라히야 라술 준장은 이날 국영TV로 중계된 연설에서 “라마디는 해방됐고 정부군이 라마디 정부청사에 이라크 국기를 올렸다”고 밝혔다. 이라크군이 지난 22일 미국 주도의 국제연합군 공습 지원을 받아 라마디 탈환 작전을 개시한 지 엿새 만이다. 라마디 탈환 소식에 바그다드 등 이라크 곳곳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춤을 추고 국기를 흔들며 승리를 자축했다.

 라마디 탈환은 이라크군이 단독 작전을 통해 IS로부터 주요 도시를 되찾은 첫 사례다. 미군 등 연합군이 공습으로 지원했지만 탈환은 이라크군이 주도했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로선 큰 힘을 받게 됐다.

 이라크 정치 전문가인 이산 알샤마리는 AFP통신에 “IS의 침공 이후 정부군이 시아파 민병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처음으로 승리를 거둔 것”이라며 “이라크군이 위신을 되찾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 히샴 알하시미는 “도미노의 첫 조각이 쓰러졌다. 다른 조각들도 쓰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이라크 정부군을 훈련시키는데 공을 들였던 미군으로도 안도할 만한 일이다. 과거 이라크군은 미군이 제공한 군용 차량과 각종 무기를 버려둔 채 도망간 사례가 잦았다.

 이번 공격엔 이라크의 정예 대테러 부대가 참여했다. IS 대원들의 자살 폭탄 공격과 부비트랩 등을 감안해서였다. 미군도 전략 폭격기 B1-B 랜서를 투입해 지원했다. 폭탄 적재량이 많고 정밀 타격 능력도 뛰어난 기종이다.

 라마디 탈환으로 IS는 수세에 몰리고 있다. IS는 올 3월과 10월 티크리트와 바이지를 이라크군에 함락 당했다. 지난달에는 시리아와 이라크 북부의 신자르 등 쿠르드족 지역을 쿠르드 민병대에 빼앗겼다. 이번 패배는 지난해 6월 IS의 ‘칼리프 국가’ 선언 이후 최대 패배다. IS 최고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7개월 만인 지난 26일 육성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확장되고 더 강해지고 있다”고 주장한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제 목표는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400㎞ 떨어진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로 향하게 됐다. 모술은 지난해 6월 IS에 함락됐다. 모술에는 한때 180만 명이 거주했으나 IS의 점령 이후 대부분 피난해 현재 65만 명이 살고 있다. 지난달 쿠르드 민병대가 시리아와 이라크 북부의 신자르를 IS로부터 빼앗으면서 IS의 수도 락까와 모술을 잇는 보급로를 차단했다.

하지만 이라크 내 최대 거점 모술을 사수하려는 IS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군사·안보 매체 더내셔널인트레스트(TNI)는 “IS가 ‘최후의 카드’로 모술 댐을 폭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1983년 티그리스강에 건설된 모술 댐은 131m 높이에 길이 3.2㎞ 규모로 수년째 유지·보수를 하지 않아 붕괴 위험이 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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