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특별 작전, 빚 15조 줄인 LH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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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부채 공룡’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정부로부터 부채 중점 관리기관으로 지정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민을 위한 주거복지 사업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100조원이 넘는 부채 때문에 정부 차원의 공기업 개혁이 거론될 때마다 늘 도마에 올랐다. 그런 LH가 달라졌다. 2013년 105조7000억원에 이르던 금융부채를 11월 말 현재 89조9000억원으로 확 줄였다. 2년여 만에 15조8000억원을 감축했다.

부채시계 걸고 독려하는 이재영 사장
“내년엔 서민 주거복지 사업 더 확대
국민?영구임대 등 6만 여 가구 공급”

 LH 이재영 사장(58·사진)은 “임직원이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미분양 주택·토지 판매에 적극 나선 덕분”이라고 말했다. LH는 올해에만 27조5000억원어치의 미분양 주택·토지를 팔았다. 정부의 적극적인 부동산경기 부양 정책 덕에 주택시장이 살아난 덕도 봤다. 부채 군살 빼기에 성공하면서 국가 신용도 상승에도 기여했다. 19일 한국 정부의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a2로 상향조정한 무디스는 “공기업 부채관리가 정부의 당초 목표를 넘어서는 성과를 낸 것도 (상향조정의) 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경영 여건이 호전된 만큼 공기업으로서 역할도 커지고 있다. 장기 임대주택 등 서민 주거복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사장은 “경영정상화에 한 발 더 다가선 만큼 내년에는 주거복지 사업을 더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진주혁신도시 LH타워에서 이 사장을 만났다.

 - 올해는 지난해 판매실적(27조2000억원)을 경신했다.

 “지역·사업 본부에 판매 목표를 제시하고 본부장과 판매경영계약을 체결하는 판매목표관리제를 지난해보다 확대한 게 주효했다. LH타워 로비엔 부채금액을 표시한 ‘부채시계’를 걸어 두고 우리 스스로 채찍질도 했다.”

 - 부채 감축에만 매달린다는 비판도 있다.

 “국민이 보기엔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임대주택 공급 등 LH 본연의 주거복지 사업을 위해서는 경영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결국은 국민 부담으로 귀결된다. 서민의 주거복지 확대를 위한 경영정상화 과정으로 봐달라.”

 - 주거복지 사업이 뒤로 밀렸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그건 아니다. 10년 장기 임대주택만 해도 지난해보다 올해 1만 가구가 늘어난 4만 가구를 공급했다. 매입·전세 임대주택 역시 지난해보다 1만 가구 정도 더 공급했다. 부채 감축과 이 같은 임대주택 공급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했다고 보면 된다.”

 - 내년엔 얼마나 공급하나.

 “지난해보다 경영 여건이 좋아진 만큼 내년엔 더 늘린다. 행복주택과 국민·영구 임대주택을 올해보다 1만 가구 늘려 총 6만3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행복주택은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 834가구를 비롯해 1만4000가구를, 국민·영구 임대주택 2만9000가구, 공공임대·리츠임대 2만 가구다.”

 - 판매목표관리제도 계속되나.

 “그렇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재고자산 판매는 물론 공공·민간 합동 사업 등 사업 다각화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 구조조정, 임금피크제 등으로 임직원의 피로도가 클 것 같다.

 “공공기관 정상화는 단순히 임직원의 복리후생비를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이다. 노사합동 워크숍이나 지역본부순회설명회 때 이 점을 설명하고 설득했다. 이 덕에 공기업 최초로 임금피크제 노사합의를 이뤘고, 내년 2월엔 3년 만에 신입사원 130명도 채용한다.”

 - 임대주택 외에 내년에 새로 하는 사업은.

 “정부 정책과 연계한 중소형 중심의 공공주택사업과 산단·지역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사업 후보지 발굴을 시작할 예정이다. 구도심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도심재생사업 등 서민 주거복지 증진을 위한 각종 사업도 본궤도에 오른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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