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붕괴위험' 녹번동 공사장… "구청, 민원 넣어도 들은척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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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발생한 녹번동 신축 공사장에 쳐진 안전펜스 건너편 윗쪽에 위치한 주택 벽(빨간 원 안)에 금이 가 있다. 조진형 기자

7일 오후 3시 은평구 녹번동 다세대주택 29-43번지 신축 공사장, 인부들이 677m²(205평) 크기 공사장 주변에 임시 지지대를 세우고 있었다. 대형 크레인 서너대가 번갈아 움직이며 지지대 주변에 흙을 메우고 있었다. 6일 오전 4시37분쯤 다세대주택 건물 8채에 금이 가는 사고가 발생해 이를 복구하는 공사였다.

출입 통제를 알리는 노란 안전선 뒤로는 두툼한 옷을 입은 동네 주민 10여 명이 추위에 떨며 공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주민 김모(70·주부)씨는 “대피 명령이 나자 바로 집을 빠져나왔다. 막상 집이 무너져내리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공사업체 측은 지난 15일부터 22가구 규모의 다세대주택(지하1층,지상5층) 2개동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공사가 시작된 뒤부터 주민들은 불안에 떨게 됐다. 주민 반영민(45·자영업자)씨는 “공사 초기부터 인근 빌라의 벽이 일부 무너져내리는 등 균열이 심했었다”고 말했다. 결국 건물이 균열되기 이틀 전에 ‘피해가 예상된다’는 민원이 접수되면서 공사는 중단됐다.

하지만 주민들의 불만은 높았다. 한 주민은 “균일 발생 전부터 건물 흔들림이 조금씩 느껴졌다”며 “구청에 민원을 꾸준히 넣었지만 현장에 나온 공무원은 여태껏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일 사고로 인근 8개동 주민 74명은 구청이 마련한 인근 숙박시설로, 58명은 친척집 등으로 대피한 상태다.

공사장 서쪽에 위치한 건물 한 채는 공사장 방향(동쪽)으로 기운 상태였다. 땅에 묻혔던 가스배관은 눈에 쉽게 보일 정도로 드러나 있었다. 소방당국은 흙으로 된 절벽을 파다가 흙과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땅이 내려앉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공사장 상부 흙막이에 버팀대를 보강할 것”고 말했다.

현장 진단 결과, 공사장 인근 8개동 가운데 2개동이 붕괴 우려가 있는 E등급이다. 나머지 6개동도 안전진단 후 사용여부를 판정하는 D등급을 받았다.

한편 사고 이후 은평구청 측은 가스와 수도 공급을 막고 안전진단에 착수했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조만간 공사장 건축주가 참여한 주민설명회를 열고 보상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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