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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힘들다 울며 전화…배우·스태프 10% 고산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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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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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흥행작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공세 속에서 선전하고 있는 두 편의 한국 영화가 있다. ‘히말라야’와 ‘대호’다. 지난 16일 동시 개봉한 세 영화의 성적은 ‘히말라야’(245만 명), ‘스타워즈’(156만 명), ‘대호’(102만 명) 순이다(24일 현재,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40대 감독이 만든 두 영화는 산악 촬영 , 호랑이 CG 등 한국 영화의 기술적 성장도 보여준다.

스타워즈’ 맞서 선전하는 한국 영화
영화 ‘히말라야’ 이석훈 감독
가짜란 느낌 주고 싶지 않아
세트·CG 대신 4300m 올라

“왜 우리가 이걸 한다고 했을까.”

 촬영 초반 이석훈(43) 감독은 주연 배우 황정민과 눈만 마주지면 서로 이렇게 말했다.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원정 중 사망한 동료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러 간 산악인 엄홍길 대장(황정민)과 휴먼원정대의 이야기다. 국내외 산악지대를 찾아다니며 세트나 컴퓨터그래픽(CG)에 기대지 않은 진짜 풍광을 담은 일은 그 자체가 ‘극한체험’이었다. “어느 날 황정민 배우가 울면서 전화를 했다. 나도 힘든데 감독은 오죽하겠느냐며 나를 위로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난해 여름 블록버스터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찍은 이 감독은 ‘히말라야’ 연출 제의를 받고 고민이 많았다. ‘해적’에 이어 또다시 힘든 대작, 실화 영화라는 점이 부담이었다. “실화보다 더 감동적일 수 있을까, 실화를 돈벌이로 이용한다는 말을 들을까도 걱정이었다.” 그러나 “제작자 윤제균(‘국제시장’ 연출), 배우 황정민이 나를 선택했다는데 안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실화 영화지만 창작도 있다. 심각한 부상 때문에 은퇴한 엄 대장이 후배 박무택의 죽음을 접하고 다시 산에 오른다는 게 대표적이다. 이 감독은 “관객이 몰입해서 볼 수 있으려면 유머와 긴장감, 감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엄 대장의 허락하에 시나리오를 많이 바꿨다”고 했다. 엄 대장은 제작자 윤제균 감독이 10년 전 영화화를 제의했을 때는 거절했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해발 7000m까지는 올라가서 찍어야 한다고 여겼다. “그렇게 힘들게 찍어야 하는 영화였다. 편안한 환경에서 찍는 것 자체가 위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배우·스태프의 10%가 고산병을 앓아 해발 4300m 촬영에 만족해야 했다.

현장은 위험투성이었다. 프랑스 몽블랑 촬영 때는 실제 조난 위기도 겪었다. 주인공이 추락하거나 눈사태에 휩쓸리는 장면을 찍은 국내 촬영장은 더 위험했다. 박무택(정우)이 크레바스(빙하의 갈라진 틈)에 빠지는 장면은, 고소공포증이 있는 배우 정우가 줄 하나에 의지해 진짜 크레바스에 들어갔다. 아찔했지만 “세트 촬영과 CG로만 만들어 가짜란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는 “영화를 통해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글=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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