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연회장서 쓰고 버린 화환 되 판 호텔직원…처벌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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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A호텔 노조위원장 서모(52)씨는 연회장에서 쓰고 버린 화환을 되파는 '부업'으로 재미를 봤다.

A씨는 2009년 7월~2013년 12월 폐화환 수거를 전문업자 B씨에게 독점하게 해 준 대가로 매달 200만원씩 모두 7800여만을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지난해 기소됐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이지만 법원은 버린 화환을 되팔면 안 된다는 법률이나 내규가 전무하다는 점 때문에 고심했다.

서씨는 "호텔 연회부에서 허락을 받고 한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1심은 그래도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이 혐의에 대해 "공정한 절차를 거쳐 이뤄져야 할 업체 선정이 금품을 대가로 이뤄져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달랐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이승련)은 서씨의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용된 화환을 대가를 받고 재활용 목적으로 수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령은 찾기 어렵고 이 같은 폐화환 처리 방식을 호텔 경영진이 상당기간 묵인했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서씨가 폐화환 판매대금 7800여만원을 노조원 계좌로 송금받아 관리하며 신용카드 대금 등 개인 용도로 쓰는 한편, 호텔 매각 반대투쟁을 위해 노조원들로부터 모금한 5억여원 중 3700만원을 자신의 음주운전 벌금 등으로 쓴 혐의(업무상 횡령)는 유죄로 판단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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