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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두근두근 인터뷰] 최현석 셰프의 1:1 멘토링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최현석 셰프(왼쪽)와 동행취재한 영셰프 6기

김지희(21)·이진석(21)·한현정(21)·정희라(17) 영셰프들이 직접 최현석 셰프에게 고민 상담을 하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아이콘택트를 하며 열띤 답변으로 고민을 해결해줬다.

이진석 제가 달고 예쁜 것을 좋아해서 디저트를 만들고 싶었는데 영화 ‘더 셰프’를 보고 파인 다이닝에 꽂혔어요. 진짜 멋있고 저걸 내가 한다면 굉장히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시 영셰프 스쿨에서 엘본 더 테이블 인턴으로 온다면 어떨 것 같나요.

▶ 뭐 신청해서 면접을 통과하면 누구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수줍어하고 기죽어서 말하면 되겠어. 당당하게 말해야지. 팁을 하나 주면 나는 겸손이 미덕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우리나라는 너무 겸손을 강요해. 물론 겸손과 힘없는 건 다르긴 하지만, 아무튼 딱 쳐다보면서 ‘내가 여기서 일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당당하게 말하는 애들이 뽑힐 확률이 높지. 지원을 하면 하자센터 안 될 건 없지. 근데 내가 낙하산으로 꽂아주거나 그러진 않아(웃음). 당당하게 면접 봐서 들어올 수 있다면 OK! 근데 그게 고민이었어? 왜 그게 고민이지? 당신은 ‘안녕하세요’를 한번 나가봐.

김지희 저희가 요리를 1년 배우고 내년에 현장 인턴십을 나가는데 어디로 갈지 담임선생님과 상의해요. 그래서 다들 고민이 많거든요. 처음으로 현장에서 일을 해보는 건데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이에요.

선생님 의견과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은 이래. ‘네가 기본적으로 가진 것도 없고 급식을 해봤으니까, 단체급식 계통에서 경험을 쌓는 게 어떻겠니? 아니면 좀 욕심부려서 뷔페에서 해보는 건 어떨까’ 이런 식으로 누가 얘기했다고 하자. 난 그것에 동의할 수 없어. 아까 진석이는 파인다이닝이 멋있게 보인다고 했어. 그럼 내가 하고 싶은 요리를 하는 셰프를 찾아 그 사람에게 가서 용감하게 인턴 시켜달라고 하는 거야. 생각보다 시간이 없거든. 인생은 한 번이니깐 자기가 좋고 재미있어 하는 곳에 가서 배우는 게 맞는 것 같아. 가서 못 따라갈 수도 있어. 멋있어 보이는데 막상 갈 길이 너무 멀어서 엄두가 안 날 수도 있거든. 내가 장담하는데 거기서 도망만 안 가면 어느 정도 이상은 다 도착한다니깐. 계속 걷기 때문에 어디든 도착해 있어. 사람들이 ‘저긴 너무 멀어서 내가 못 갈 거야’라고 자기가 내려놓고 도망가서 못하는 거야.

정희라 레이먼 킴은 아무에게나 셰프라는 이름을 붙이면 안 된다고 했는데, 저희 학교 이름이 영셰프 스쿨이에요. 셰프님이 생각하시는 셰프의 자질은 어떤 건가요.

▶ 셰프 자체가 주방장이라는 뜻이긴 해. 그 친구가 얘기했던 건 요리연구가라며 레스토랑, 주방도 없으면서 TV에 나오면 셰프, 셰프 이렇게 부르니까 기분 나빴나 보지. 진짜 내가 요리사라고 할 수 있고, 자기 주방팀을 끌고 고객들 몇십 명을 서비스 할 수 있으면 그게 주방장인 것 같은데. 아까 얘기한 것처럼 소양은 다른 게 없는 것 같아. 먹는 것 좋아하면 되는 거고 셰프의 마인드를 갖추고 있으면 돼. 예전에 음식을 접시에 담아서 내는데 스승님이 접시에 묻은 것 닦으라고 한마디 하시더라. ‘여자친구 만나러 가는데도 얼굴에 뭐 묻히고 갈 거냐’고 그러시면서 내 얼굴이라고 생각하면 함부로 못하잖아. 그런 마인드로 최대한 맛있게 하면 되는 것 같아.

한현정 ‘냉장고를 부탁해’에 여러 분야의 분들이 나오시잖아요. 김풍 작가님도 나오는데 그런 분들한테 질 때도 있잖아요. 그런 분과 셰프에게 졌을 때 느낌이 다른가요.

▶ 김풍한테 진 적은 없어(웃음). 처음에는 그것도 승부니까 ‘내가 왜 진 거야?’ 그랬어. 근데 거기서 배운 게 있어. 아까 말했잖아, 게스트가 원하는 요리가 따로 있다고. 나는 테크닉을 강요한 거지. 그 사람이 먹고 싶은 건 편하고 수더분하게 담은 밥일 수도 있는데 그걸 캐치 못 해서 진 거야. 그리고 15분 안에 요리를 하니까 실수할 수도 있고 디테일을 놓칠 수도 있어. 지금은 지면 이긴 것보다는 덜 유쾌하겠지만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근데 김풍한테 지면 다 관둬야지(웃음).

김지희 요즘 식재료도 안 좋고 아이들도 좋아하는 걸 말해보라고 하면 치킨·피자를 먼저 꼽아요. 그것만 이유로 들 수는 없지만 셰프로서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있는지요.

▶셰프로서 조금 창피하지만···나도 치킨을 좋아하는데 우리 애들이 매일 치킨만 먹고 라면만 먹고 이런 식문화를 만들면 안 돼. 한국 식재료의 우수성도 해외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 박찬호 선수를 좋아하는데 은퇴하고 한국 야구가 유명하다는 걸 세계에 알리려고 애를 써. 셰프들도 한국의 식재료에 대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이진석 메뉴 개발 중에 창작의 고통을 느낀 적이 있는지, 영감을 받을 때는 언젠지 궁금합니다.

▶ 그건 내 책을 사 봐(웃음). 이 인터뷰 5분 전까지도 창작의 고통을 받다 왔는데 어쩔 수가 없어. 셰프, 특히 나 같은 경우는 메뉴 개발하는 사람이니까 메뉴 개발하는 게 스트레스고 내 삶이지. 너무 힘들 땐 잠깐 한 1년 쉬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먹고살기 힘드니까 해야 될 거 아냐. 내가 1000개가 넘는 레시피를 개발했는데 영감이 떠오른 적도 있고, 제철 식재료를 갖다놓고 뭘 접목해서 만들까 고민하기도 했어. 아무튼 많이 먹으러 다니면서 ‘어! 이 떡볶이 집은 다른 집에 넣지 않는 무슨 카레가루를 넣었는데 어떤 맛이다’ 그런 거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써먹거나 하는 거지.

정희라 지금까지 요리사로 일하면서 후회한 적이나, 잘 선택한 것 같다고 생각한 적 있나요.

▶ 지금은 후회를 할 수가 없지. 지금은 이거 안 했으면 어떡할 뻔했어 이럴 거 아냐. 사실 요리사란 직업 멋있잖아. 원래 멋있는 거 좋아하니까 되게 잘한 것 같고. 내가 여러 가지 잔재주가 많은 편이야. 그림도 잘 그리고 노래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데 다른 걸로 요리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었을까? 더 잘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사람들한테 내가 가진 생각들을 전달할 수 있는 직업이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해. 지금 인생, 여기에 올인한 거잖아. 앞으로 더 올인할 생각이야. 가끔 때려치우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 일이 힘든 건 버틸 수 있는데, 사람이 힘든 것은 정말 참기 힘들거든. 나도 사람 때문에 힘들어서 그만둘 뻔한 적이 있었는데 잘 참았지.

한현정 아까 얘기 중에 나온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와 요리를 좋아하는 요리사 중 어느 쪽인가요.

▶ 나는 둘 다야. 요리를 잘하고 좋아하기도 하고, 나보고 요리를 못한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요리를 잘하는 것은 맞는 것 같고 요리하는 것도 되게 좋지. 싫으면 할 수가 없어. 안 하면 하고 싶고. 지긋지긋할 때 있을 거 아냐. ‘하~ 지긋지긋해’ 그랬다가도 음식 보면 쳐다보고 와서 만들어보고 그렇게 되더라고.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영상=전민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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