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노후 간판교체사업에 지자체 혈세 줄줄…업자가 17억 원 편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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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자치단체가 시행하는 노후간판 교체사업비 가운데 88억원이 부정정산됐고, 이중 17억원을 사업자가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간판교체 사업을 진행한 173개 지자체 중 18개 지자체만 표본조사한 결과다.

노후간판 교체사업은 지자체가 지원 대상자를 선정해 최대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되, 일정 금액을 사업자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0년~2014년 전국적으로 2203억원의 보조사업비가 지급됐다.

권익위는 사업자 자부담 비율과 금액이 높은 사업 등을 중심으로 18개 기초자치단체를 선정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10개 지자체에서 88억원이 부당 정산된 의혹을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권익위가 표본조사한 18개 지자체가 간판 교체사업 예산은 172억원이다. 권익위는 부정정산 금액 중 17억 원은 사업자가 편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 A구의 보조사업자는 허위자료를 근거로 산출한 ‘원가산출내역 용역보고서’를 내 27억3000만 원을 부정정산했다. 이 사업자는 이중 2억8000만원을 편취해갔다. 충척북도 B시의 보조사업자도 자부담금을 부담하지 않고도 부담한 것처럼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7억900만원을 부정정산했고, 이 중 1억5000만원을 편취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가점이 있는 자기 부담 비율을 일부러 높게 잡아 사업에 선정된 후 공사비를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자기 부담금을 내지 않고 정부 예산만으로 간판을 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해당 사업에 지자체가 이들 사업자에게 71억을 지원했는데, 실제로는 54억 원의 보조금만 지급해도 간판교체가 이뤄질 수 있었기 때문에 20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고 말했다.

보조사업자들이 원가 부풀리기 등을 통한 보조금을 편취했지만, 보조금 지급ㆍ정산 등을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은 세금계산서 확인 등의 기초적인 검증절차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경기도 C시는 보조사업자가 세금계산서 금액보다 많은 허위 정산금액을 제출했지만, 세금계산서 확인 없이 그대로 20억8000만원의 보조사업지를 지급했고, 이 사업자는 3억9000만 원을 자기 몫으로 챙겼다.

권익위는 또 4개 지자체에서는 모두 1억원의 부가세 탈세 의혹도 적발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노후간판 교체사업을 실시한 일부 자치단체에 대한 실태조사만으로도 여러 형태의 보조금 편취 및 부당 정산행위가 드러난 만큼 관련자 처벌 및 부당집행 예산의 환수를 위한 제도개선 및 관리감독 강화를 관계 기관에 요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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