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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철강·정유·조선 공급과잉에 공장 스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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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울산화학산업단지 내 대기업 S사의 TPA(페트병의 원재료) 생산 공장. 한창 땐 연 52만t의 TPA를 생산하던 이 공장은 지난해 7월 이후 완전히 멈춰 있다. 인근의 TPA 공장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00명에 달하던 직원들은 모두 다른 부문으로 이동 배치됐다. 공장이 멈춰선 가장 큰 이유는 공급 과잉이다.

“물건 팔 곳이 없다” 적자만 쌓여

 이 회사 관계자는 “2013년 61%였던 중국의 합성섬유 원료 자급률이 1년여 만에 90%대 로 올라섰다”며 “한마디로 물건 팔 곳이 없으니 공장을 돌릴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건 전 세계적인 공급 과잉이 영향을 미쳤다. 석유화학은 물론 철강과 조선, 정유까지 모두 같은 숙제를 맞닥뜨리고 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재 역시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철강협회(WSA)의 볼프강 에더 회장은 지난 10월 협회 총회에서 “ 철강 생산 과잉이 해소되기까지 15~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사정이 이러니 생산을 중단하는 국내 철강업체들이 늘고 있다. 동국제강은 2012년 선박용 소재인 후판을 생산하는 후판 1공장을 해외 업체에 매각한 데 이어 지난여름부터 후판 2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신입사원 퇴직’ 논란에 휩싸인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의 과잉 공급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2012년 하반기부터 건설기계 시장이 위축되고 지난해부터 최대 수요처인 중국 시장마저 쪼그라들면서 수요 예측이 빗나가기 시작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적자는 2500억원이 넘는다.

정부의 잘못된 수요 예측이 국내 업체 간 공급 과잉을 불러오기도 한다.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2013년 발표한 ‘제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근거로 민간 기업들의 발전시장 참여를 독려했지만, 전력 수요가 정부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LNG발전소 가동률은 34%에 불과하다.

이수기·임지수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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