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아야 할 건 유치원에서 배웠다" 육아천국 노미시의 '어린이 헌장'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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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노미(能美)시를 찾았습니다. 노미시는 임신부와 0~18세 병원비가 무료이고 시 예산 3분의 1을 육아와 노인 복지에 쓰는 고장입니다.

기업 유치가 활발해 재정이 탄탄해졌고 벌어들인 돈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데 쓰겠다는 겁니다.

노미시의 어린이집들을 둘러보고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만나며 육아 친화적인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미시 데라이(寺井) 아동관 벽에 붙어 있는 '어린이 헌법'이 인상적이어서 소개합니다. 5가지 항목으로 되어 있습니다.

①자기 기분을 확실히 전달할 수 있는 아이

②친구를 바보취급하거나 따돌리지 않는 아이

③규칙을 잘 지키고 사이좋게 노는 아이

④물건을 소중히 하고 정리정돈을 잘 하는 아이

⑤웃는 얼굴로 힘차게 인사하는 아이

훌륭하고 편리한 육아시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이가 이렇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어른들의 마음도 그 못잖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동관에서는 방과후 학교활동도 있습니다. 숙제를 하거나 어린이 야구클럽에 들어 운동을 하거나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공간입니다.

노미시 아이들이 종종 갖고 도는 블록도 취재진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단순한 나무 도막처럼 생겼는데 잘 조립해서 쌓으면 철로도 지을 수 있고 도시를 탄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께 여쭤보니 "잘 배우면 2살부터도 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어른들이 했다고 봐도 좋을 만큼 수준급이었습니다. 공간지각력과 집중력 향상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거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노미시를 오가는데 이용한 '노미 버스'도 기억에 남습니다. 미취학아동은 무료이고 전 구간 100엔(970원)만 내면 됩니다. 기차역에서 시청까지 가는데 정거장이 무려 73개입니다. 어르신들은 병원 문 바로 앞에서 타시더군요. 그야말로 마을 버스였습니다.

글=서유진·사진 신인섭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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