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나눔의 정 주고받는 파티에 초대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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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 30여 명이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에서 열린 ‘구하라 담비 파티’를 찾아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살리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말연시 색다른 모습의 파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즐거움 두 배 따뜻한 파티
안 쓰는 물건 가져와 교환
기증 받은 물품, 입장권 구입
수익금 이웃·환경 위해 기부

고상한 클래식 선율이 흐르는 곳에서 격식을 갖춘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즐기는 ‘과시형 파티’ 대신 편한 옷을 입고 모인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소통하는 바자형 파티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평소 안 쓰는 물건을 가져와 물물교환하거나 파티 수익금을 기부하는 ‘따뜻한 파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멸종위기 동물, 담비가 좋아하는 꿀 사세요~ 수익금은 담비를 위해 기부됩니다~.” 파티의 흥을 돋우는 음악이 잔잔히 깔린 공간에 는 간단한 주류와 음식이 마련됐다. 이 자리는 일반적으로 열리는 연말 파티처럼 보이지만 공간 한쪽에 이색적인 모습이 눈에 띈다. 곳곳에 멸종위기 동물, 노란목도리 담비의 사진이 놓여 있다. 그 옆에는 파티 기획자 몇몇이 꿀을 쌓아두고 판매하고 있다.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에서 열린 ‘구하라 담비 파티’ 모습이다. 문화예술인 30여 명이 모인 이번 파티는 ‘기부’와 ‘파티’가 합쳐진 형태로 진행됐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인 담비를 돕기 위해 기부금을 낸고 담비가 즐겨먹는 꿀을 구입한다.

기부·바자형 - 파티 종류 다양
파티가 새로운 의미를 더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부분으로 나누다(part)’라는 뜻을 지닌 중세의 단어 ‘partie’에서 출발한 파티(party)는 말 그대로 같은 계층의 사람들이 따로 모임을 하는 것을 뜻했다. 특별한 계층만이 누릴 수 있는 행사로도 여겨졌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기를 지나면서 파티는 사람을 ‘나누다’는 모임에서 사람과 사람이 모여 ‘함께’하는 자리로 확대되고 점차 대중적인 모임으로 확산됐다.

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는 핑거푸드와 미리 조리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인 케이터링을 준비한 후 지인을 집에 초대하는 하우스 파티가 최근 인기를 끌더니 서울 도심 곳곳에는 시간 단위로 최소한의 비용을 내고 파티를 열 수 있는 파티룸까지 나왔다.

이처럼 누구나 파티를 열고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기부’ ‘바자회’ ‘물물교환’ 같은 다른 키워드를 얹어 새로운 파티를 꾸미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국문화예술직업전문학교 파티이벤트과 황금들 교수는 “기부 파티는 미국과 같은 서구 사회에서는 대중적인 문화”라며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파티문화가 대중에게 확대되면서 기부 파티가 점차 알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참가자 모두가 주최하는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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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강원도 원주시 따뚜 공연장에서 진행된‘ GR페스티벌·파티’의 기부모금 모습.

준비된 음식을 먹고 클래식 연주를 구경하며 이야기 몇 마디 나누는 것이 예전의 파티였다면 이제는 먹거리, 볼거리를 모두 즐긴 후 직접 바자회에 참여해 물건을 사고판다. 재미와 나눔 행위를 한자리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참여형 파티의 매력이다. 파티를 즐기면서 따로 마련된 자선 코너에서 기부하면 된다.

지난 9월 서울 역삼동 라움에서는 ‘나눔 체리티 콘서트&바자 파티’가 열렸다. 이날 열린 바자회 파티에는 브랜드 30곳에서 참여해 물건을 팔고 1000여 명이 참석해 물건을 구입했다. 올해만 바자회 파티를 두 번 진행한 배우 변정수씨는 “보통 파티는 파티 주최자가 주인공이지만 나눔이 더해진 파티에는 파티에 참석한 모두가 주인공이 돼 함께 즐기고 만족할 수 있다”며 “이런 파티는 어린 자녀와 함께 즐기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파티를 통한 수익금 일부가 기부되는 파티도 열린다. 지난해부터 리조트를 빌려 기부파티를 연 커피브랜드 와리가리의 ‘GR 파티’가 대표적이다. 파티에서는 전문 DJ가 음악을 틀고 참가자는 밤새 춤추며 놀 수 있다. 일반 클럽 파티처럼 보이지만 입장권 수익의 일부가 지역사회 단체에 기부되는 파티다. 와리가리 마케팅사업부 남형우 부장은 “올해 마지막 파티로는 오는 31일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한솔 오크밸리에서 열리는 파티가 있다”며 “수익금 일부는 원주시 지역단체에 기부될 예정인데 파티의 즐거움을 기부를 통해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도록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국민대 사회학과 이장영 교수는 “매년 연말마다 만나는 이들과 똑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지인들과 기부 파티를 기획하는 것은 색다른 연말 모임을 만드는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글=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사진=김정한(프로젝트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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