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고 장학재단 5년 만에 기금 108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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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군단의 힘이에요. 후배들이 우리처럼 좋은 교육 받을 수 있도록 돕자고 하니 동문 수천 명이 뜻을 모았습니다.”

김영자 이사장 “동문 4500명 동참

 이화여고 총동창회에서 설립한 이화장학재단의 김영자(사진) 이사장은 장학기금 108억원을 모은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고교 장학재단이 100억원이 넘는 기금을 모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내년 개교 130주년을 맞는 이화여고는 한국 최초의 근대 여성 교육기관이다. 이화장학재단은 2010년 이화여고로부터 기금 42억원을 이어받아 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5년 만에 동문들이 66억원을 추가로 모았다. 장학금을 한 번 이상 낸 동문은 4500명쯤 된다. 전체 졸업생(6만1500명)의 7%에 달한다. 기수별로 1000만~6억원씩 모았고, 북미·남미·유럽 등 해외 거주 동문들도 적극 참여했다. 5000만원 이상 고액 기부자는 47명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6000만원, 김 이사장은 5억원을 기부했다.

 재단은 성적이 우수하거나 형편이 어려운 학생 200명에게 해마다 장학금을 준다. 또 교사 연수비와 기숙사 건립 등 교육시설을 지원하는 데 기금을 쓴다. 김 이사장은 1957년 이화여고를 졸업했다.

 “선생님들 열의가 대단했어요. 미국인 선교사가 상주하며 영어회화를 가르쳤는데,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원어민 수업이었지요. 이화여중·고 6년간 학교에 다니며 받은 혜택을 조금이나마 돌려주고 싶어서 장학재단을 맡았습니다.”

 김 이사장은 허만정 LG공동창업주의 5남인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의 부인이다. 시아버지인 허만정 창업주가 세운 진주여고 학생들에게도 남편과 함께 장학금을 주는 등 교육 사업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다. 김 이사장은 “교육을 통해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다는 신념을 시아버지에게 배웠다”면서 “특히 여성이 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자녀를 올바른 방향으로 키우고, 가정이 제 몫을 하며,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단은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고액 기부자와 기수 대표 등 120여 명을 초대해 ‘100억 달성 감사모임’을 연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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