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선고 앞둔 살충제 사이다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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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발생한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살충제 사이다`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7일 대구지방법원 11호 법정에서 시작됐다. 닷새간의 일정으로 시작된 국민참여재판에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경북 상주 박모(82) 할머니가 7일 오후 국민참여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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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대구지법 11호 법정. 녹색 수의를 입고 지팡이를 짚은 박모(83) 할머니가 법정에 나왔다. 피곤한 표정으로 방청석을 쓱 한번 둘러보더니 피고인 자리 대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박 할머니는 사흘 전 재판에서도 “피고인석에 오래 앉아 있자니 무릎이 아프다”며 양해를 구한 뒤 바닥에 앉아 재판을 받았다. 그는 마을회관에서 사이다를 마셨던 할머니 두 명이 숨진, 이른바 ‘경북 상주시 살충제 사이다 사건’의 피고인이다.

"살충제 사이다 할머니 거짓말" vs "행동 분석에 한계"
선고 앞둔 상주 살충제 사이다 사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살충제 사이다 사건이 선고를 앞뒀다. 재판은 지난 7일 배심원 9명을 뽑은 뒤 매일 열렸다.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의 선고는 11일에 이뤄진다.

10일까지 나흘간 계속된 재판에서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은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검찰이 증거를 대면 변호인은 반박했다. 검찰 측이 유력한 증거로 제시한 자양강장제 병부터 그랬다. 살충제가 든 페트병 사이다는 원래 뚜껑 대신 자양강장제 뚜껑이 닫혀 있었고, 사건 다음날 박 할머니 집 마당에서는 뚜껑 없는 자양강장제 병이 발견됐다. 병에서는 살충제 성분도 검출됐다.

하지만 변호인은 라벨이 지나치게 많이 훼손됐다는 점을 들어 범행에 쓰인 살충제 병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버린 지 얼마 안 됐는데 그 사이에 비를 맞는다던가 해서 훼손됐다기엔 그 정도가 심하다는 논리였다. 변호인단은 “상당히 오랜 시간 지난 병이고 밖에 방치된 것 같다”고 했다.

박 할머니의 옷과 지팡이 등 21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데 대해 변호인단은 “피해자들의 입에서 나온 거품을 닦아주다가 묻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러자 검찰은 행동분석가 등을 법정에 내세워 반박했다. 행동분석가는 “박 할머니가 살충제 얘기가 나올 때마다 다리를 구부렸다 펴고 헛웃음 짓기를 반복했다”며 "사람마다 거짓말을 할 때 독특한 신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행동분석 분야는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어 직접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맞섰다.

검찰은 사건 전날 화투놀이를 하다 할머니들끼리 다퉜던 것을 범행 동기로 내세웠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10원짜리 화투에서 돈 잃고 속이는 것은 계속 반복되어 온 일”이라며 “이게 범행동기가 될수 없다”고 주장했다.

10일에는 박 할머니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이뤄졌다. 검찰이 "범행을 숨기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억울하다. 난 범인이 아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또 사건 당일 행적 등 일부 질문에 대해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상원(55)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 할머니가 농약을 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남는다면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며 “결국 검찰이 얼마나 강력한 증거를 배심원들에게 제시하는 지가 유ㆍ무죄를 가리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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