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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 국제 어린이 평화운동가] 일본 미키 여사

중앙일보

입력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을 도와주세요. 지금 지원해 주면 북한 어린이들이 통일된 후에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할 것입니다."

여든을 훌쩍 넘긴 고령의 나이를 무색하게 할 만큼 환한 미소와 단아한 모습의 미키 무츠코(86) '남북어린이와 일본어린이 마당' 실행위원장.

고(故) 미키 다케오(三木武夫) 전 일본 수상의 부인이기도 한 그는 그동안 북한 동포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2001년 '북한에 바나나와 계란을 보내는 모임'을 창설해 북한의 만경봉호를 통해 식량을 보냈다. 1999년부터는 매년 평양.동경.서울을 번갈아가며 3개국의 어린이들을 초청해 '평화'를 주제로 그림 전시회를 열었다.

"어린이들의 그림은 나라와 환경이 다른데도 하나같이 훌륭했고, 어린이가 아니고서는 가질 수 없는 공통된 감성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림을 본 어른들은 상호 관심과 이해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림에선 체제.문화의 장벽을 찾아보기 어려웠죠."

이 외에도 미키 여사는 아시아 부인우호회.국제부인회 등의 회장으로 일하며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의 전쟁 책임을 촉구하는 일에 앞장섰고, 일본의 왜곡된 역사 인식을 비판해 왔다. 미키 여사가 남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91년 일본 도쿄(東京)에서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국제회의가 열리면서부터다. 당시 한국의 이우정 전 국회의원과 고(故) 여운형 선생의 딸이자 북한 고위간부였던 여연구씨를 자택으로 초청했다.

"제 집에서 남북의 두 여성지도자들을 소개하자 서로 갑자기 얼싸앉고 울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때 조금이나마 분단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키 여사는 92년 이후 지금까지 북한을 10여차례 방문했다. 그는 "북한을 방문할 때마다 어린이들이 먼저 달려들어 손을 잡고 뺨을 부비곤 했다"면서 "순박한 북한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줄 의무는 모든 어른에게 있다"고 말했다.

글=하재식,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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