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때 자리 박차고 나가려던 서청원 “김무성 뜻대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기사 이미지

김무성(左), 서청원(右)

일요일인 지난 6일 새누리당 최고위원단 만찬 회동 직후 원유철 원내대표는 “모든 게 잘 해결됐다. 다 좋은 쪽으로 됐다”고 말했다. 공천룰 기구 구성을 둘러싸고 갈등하던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간에 대화가 잘 풀렸다는 얘기였다. 회동에서 양측은 공천룰 기구 위원장에 김 대표가 원하는 황진하 사무총장을 앉히는 대신 서 최고위원이 요구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빅딜’에 합의했다. 회동 분위기는 최고위원들이 웃으며 찍은 사진에서 확인됐다. <중앙일보 12월 7일자 3면>

새누리 공천룰‘일요만찬’후일담
주변서 서 최고위원 팔 잡고 만류
김 대표 “역시 우리 큰형님입니다”

 그러나 이날의 인증샷은 회동이 파투 날 수도 있을 만큼 일촉즉발의 순간을 넘긴 끝에 탄생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만찬 자리에선 두 차례 위기가 있었다. 첫 번째는 김태호 최고위원과 김을동 최고위원 간의 언쟁이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만찬 중에 “현역 의원 컷오프와 전략공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을동 최고위원이 “무슨 말이냐”며 김태호 최고위원을 몰아붙였다. 분위기가 잠시 싸늘해졌다고 한다. 저녁 식사가 끝나갈 때쯤엔 한 참석자가 “이 자리에서 공천룰 기구 위원장 문제만큼은 해결하고 넘어가자”고 제안했다. 김 대표가 기다렸다는 듯이 “사무총장이 하는 게 맞다. 황 총장으로 가자”고 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주영 의원 같은 중립적 중진이 적합하다”고 반대했다고 한다. 두 달 전과 같은 험악한 장면이 연출되는 듯했다. 김 대표가 “이 의원이 고사하지 않았느냐”고 난색을 표하자 참석자들 사이에선 “국회수첩을 펼쳐 보자. 4선 의원 이상의 중진들 중 할 만한 사람을 찾아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불쾌해진 서 최고위원이 “중립성이 지켜져야 한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 했다고 한다. 그러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서 최고위원의 팔을 잡고 만류했다. 그 바람에 서 최고위원이 도로 앉았고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서 최고위원은 스스로 이 침묵을 깼다고 한다. 그는 “김 대표 뜻대로 하시오”라고 말했다. 웃으며 찍은 인증샷이 나올 수 있게 된 순간이었다. 김 대표는 “역시 우리 큰형님이십니다. 감사합니다”고 서 최고위원을 치켜세웠다. 이후 결선투표나 우선추천지역제, 여론조사 시 일반국민과 당원 반영 비율 등 일사천리로 합의를 이뤄 나갔다.

 한 만찬 참석자는 “회동이 끝난 뒤 웃고 나왔지만 밥 먹는 내내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러나 김 대표나 서 최고위원 모두 ‘뭉치면 살고 분열되면 죽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어렵게나마 의견을 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