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을 강타한 극우정당 돌풍…톨레랑스는 옛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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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이 지지율 1위에 오른 충격파가 유럽을 강타했다.

프랑스 정계가 중도 성향의 좌ㆍ우파 정당인 사회당ㆍ공화당의 양당 체제에서 FN까지 가세한 3당 체제로 바뀌었다는 걸 다시 확인시켜서다. FN의 상승세가 일회성이 아니란 걸 입증했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EU)을 출범시켰고 또 이끌어가는 ‘기관차’다. 이곳에서 반(反)이민과 반(反)EU를 내세운 유력 정당이 등장했다는 건 기관차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의미다.

사회당의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13일 결선투표를 앞두고 “프랑스의 유력한 두 개의 비전(사회당ㆍ공화당 지칭) 중 하나를 선택해달라”며 “FN이 프랑스를 분열시키는 걸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13곳 광역단체장 중 FN이 6곳에서 앞서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노력이다. FN의 마린 르펜 대표와 질녀인 마리옹 마레샬 르펜이 각각 40% 이상 득표한 두 곳에서 10%대 3위를 한 사회당 후보들을 사퇴시키기도 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독일의 지그마르 가브리엘 부총리는 “유럽의 모든 민주주의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넣는 선결과”라고 말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도 “유럽이 변하지 않으면 마린 르펜이나 마린 르펜처럼 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유럽 곳곳에서 극우 정당들이 힘을 얻고 있다. 벨기에·덴마크·스웨덴·네덜란드·오스트리아 등이다. 동유럽에선 강한 보수 우익 정당이 집권까지 했다. 10월 폴란드 총선에서 집권한 ‘법과 정의당’이 그렇다. 8년 간의 친서방 노선을 폐기했다. EU의 난민 할당제도 거부하겠다고 나섰다. 난민 입국을 막겠다며 국경에 철조망을 세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공동 보조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폴란드가 유럽에게 새로운 골치거리”라며 “이들 두 나라와 체코·슬로바키아와 함께 자유를 제한하는 방어벽이 생긴다면 동서 사이 차이는 깊은 균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건 유럽이 다중의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후반 이후 경제 위기 속에서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엔 난민 위기까지 겹쳤다. 독일에만 올 들어 100만 명 가까이 입국했다. 독일 못지 않게 난민에 우호적인 스웨덴마저 백기를 들었다. 여기에 파리 테러까지 겹쳤다. 유럽통합에 회의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영국 가디언은 결국 독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가디언은 “과연 ‘나 먼저’를 외치는 민족주의자들에 둘러싸인 독일로선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싶어질 것”이라면서도 “메르켈 총리가 여러 곳에서 오는 폭풍 속에서 유럽을 지켜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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