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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선제공격 두려워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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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 하원 군사위 조사개발 소위 위원장 커트 웰든(공화당.사진)의원은 이달 초 동료의원들과 북한을 방문해 백남순 외무상.강석주 제1부상.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을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을 25일 자세히 공개했다. 미 헤리티지 재단이 주최한 '한.미 동맹 50주년' 기념 만찬 행사에서다.

웰든 의원은 "북한은 (김정일)정권의 유지가 최대 과제이고 미국으로부터 선제공격을 받을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전 이후 미국과 핵 사태를 바라보는 북한 집권층의 시각이 여과없이 전달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다음은 웰든 의원의 연설 요약.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핵 사태의 해결책이 존재한다고 믿게 됐다. 북한 관리들은 계속해서 정권 교체를 언급했다.

그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다른 나라 정권을 하나씩 교체하는 데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런 행동은 미국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전세계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약화시킨다. 미국이 불가침조약에 서명하면, 우리는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철회하겠다. 그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바라며 자신들이 한국.일본과의 경제교류를 하는 데 미국이 개입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나는 북한 측에 한반도의 긴장을 종식시키기 위한 두 단계의 제안을 했다. 첫째는 준비 과정이다.

▶미국과 북한이 1년간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북한은 핵무기.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지상 및 지하 핵 시설의 완전 사찰을 허용하며▶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한 뒤▶미국.한국.일본.중국.러시아 5개국이 대북 지원을 보장하고(향후 10년간 연간 30억~50억달러 지원. 비용은 5개국과 유럽 국가들이 공동 부담하되 한.일이 가장 많이 부담)▶미.북한 간 외교관계를 수립한다는 것이다.

둘째 단계는 ▶미.북한이 영구 불가침조약을 맺고▶북한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서명하며▶인권 문제 개선을 위한 일정을 제시하고▶북핵 문제를 2년 내에 완전히 해결할 5개국 프로그램을 추진하고▶국방.경제.통상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해 미 의회와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직접 교류한다는 것이다. 북한 측도 이런 제안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북한의 고위 관료들은 또 국제 정세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미국이 우리 정치체제의 방어막인 군사력을 포기하라고 해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들은 '클린턴식 접근법'을 선호하면서 부시 대통령이 자신들을 '악의 축'에 끼워넣은 데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미국이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우리를 협박하고, 핵 선제 공격을 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까지 동원한다.

미국은 우리와의 공존을 원치 않는다. 게다가 부시 행정부는 핵 무기로 우리를 제거하려 한다. 우리는 미국이 군사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걸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관료들은 또 (김정일)정권의 인정과 대화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그때까지 억지력(핵)을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지난 4월의 베이징(北京)회담에 대해서는 "우리는 미국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유연성을 발휘했다. 한데 부시 행정부는 먼저 핵을 포기하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북한 관리들은 핵 프로그램은 경제지원을 받기 위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우리가 (핵)억지력을 가지려는 것은 이라크전,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들과 상관이 있다. 이라크를 통해 배운 교훈은 만일 억지력(핵)이 없으면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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