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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자릿초반, 물림상, 낮것상…모두 임금님 수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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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예빈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을 보면 어르신들이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상다리 부러지겠다. 임금님 수라상이네!” 그렇다면 여기서 ‘수라상’은 과연 언제, 어떤 음식이,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차려졌을까?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한식 요식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박기업님의 도움을 받아 수라상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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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에서 열린 수라상 재연 행사. 동쪽엔 임금이, 서쪽엔 수라간 상궁과 나인이 자리한다. [사진=중앙포토]

수라상이란?
‘수라’라는 말은 고려 말 조선시대 왕에게 올린 밥을 높여 부른 궁중 용어이다. 이는 몽골어로 음식을 뜻하는 ‘슐라’란 말이 고려 원종 때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수라상도 법칙이 있다!
수라상의 반찬은 12가지로 내용은 계절에 따라 바뀌도록 되어있다. 왕과 왕비는 같은 온돌방에서 수라상을 받았지만 겸상은 없었으며 동쪽에 왕이, 서쪽에 왕비가 자리했다. 이 때 시중을 드는 상궁은 총 3명이으며, 이는 2명의 수라상궁과 1명의 기미상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기미상궁이 접시에 음식을 조금씩 덜어 임금의 면전에서 맛 본 후 “젓수십시오”라고 말하면 임금이 수라를 들게 되어 있었다. 반찬을 담는 용기, 즉 찬기는 계절에 따라 달리 쓰였는데, 추석부터 다음 해 단오까지는 은 반상기를, 단오부터 추석까지는 사기 반상기를 썼다. 은수저는 독에 닿으면 변색이 되는 은의 특징을 활용해 왕을 보호하는 용도로 쓰였다.

수라상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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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수라상의 모습 [사진=중앙포토]

먼저 조초반상이라고도 불리는 자릿초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죽이나 미음 등으로 허기를 달래는 간단한 상이었다. 이 때 왕은 빈 속에 보약을 먹었는데, 이는 밤새 정돈되었던 기가 전신으로 퍼져나갈 때 음식으로 인해 이 기운을 방해 받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 반찬으로는 어포, 육포, 암치, 자반 등의 마른 반찬류가 소금, 꿀, 청장과 함께 올려졌으며, 김치는 국물김치를, 찌개는 맑은 찌개를 올렸다.

정식 수라상은 아침 10시와 저녁 5시 총 두 번으로 나뉘었다. 이 수라상은 크게 원반, 곁반, 책상반으로 나뉘었는데, 원반에는 흰 쌀밥, 미역국, 찌개, 찜, 전골, 김치류, 장류와 젓갈, 수란, 나물 등을 포함한 12가지 반찬이 올라갔다. 곁반의 경우에는 팥밥과 곰탕, 숭늉대접곡차가 있었으며, 책상반에는 전골, 장국, 고시, 참기름, 각색 채소가 올려졌다.

아침과 저녁 사이에는 가벼운 점심, 낮것상이 있었다. 이는 위가 과도하게 비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으며, 보통 온면, 냉면, 또는 떡국, 만두가 주식이었고, 이와 함께 편육, 회, 전유화 등의 다양한 반찬, 그리고 국물 김치류가 함께 올랐다.

저녁 이 후에는 야참상이 있었다. 이 상에는 면, 약식, 식혜나 우유죽 등이 올라왔다. 밤 늦은 시간의 주안상에는 다과상, 떡, 과자, 면 등 안주류의 음식이 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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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한식 전문가 박기업씨

유종의 미, 수라상의 후식!
찹쌀과 밀로 만들어진 떡, 과자는 식사 때 여러 종류의 반찬을 먹으며 어지러워진 기운을 평화롭게 해주었다. 이는 단맛으로 위장의 기운을 느슨하게 풀어주고, 남은 식욕과 공복감을 떨어뜨리는 역할도 했다. 붉은 팥 시루떡은 몸 안에 쌓인 불필요한 수분을 빼내는 기능을 담당했으며, 계피는 속을 따뜻하게 하고, 피를 잘 통하게 함과 동시에 위장의 경련을 가라앉혀주는 역할을 했다. 오미자 화채의 오미자는 원기를 회복시키는 데 유용한 후식이었는데, 이는 특히 남자의 정력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져 옥체보존이 필요한 수라상에 자주 올라갔다.

남은 음식은 다 어디에?
‘물림상’이라 불리는 남은 음식들은 나인들이 먹었다. 수라상은 임금에 대한 정성을 알아달라는 의미에서 푸짐하게 대접했지만, 임금이 이것을 다 먹지 않는 것 또한 일종의 ‘예의’였다.

학생들은 ‘역사’라 하면 무조건 심각하고 어렵다는 생각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조금 더 재미있게 역사를 배우고 이에 흥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가볍지만 의미 있는 주제들도 알고 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기사를 읽는 학생들도 유익한 지식을 얻음과 동시에 학업으로 힘들었던 머리를 잠시 식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기예빈(울산외고 1)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울산외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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