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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읽은 내용 페북·블로그 등에 활용하면 오래 기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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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호 10면

지금까지 18권의 책을 집필한 가바사와는 “선생님의 책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라며 다가오는 독자가 심심치 않게 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책의 어느 대목이 좋았나요? 뭐가 도움이 됐나요?” 하고 물어보면 “읽은 지가 좀 돼서 세세한 것은 기억이 안 나는데요”라는 답변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가바사와는 “자기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독서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책에서 읽은 내용을 활용해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 남에게도 영향을 줘야 하는데 주요 대목이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는 것은 ‘지적 허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가바사와가 『읽으면 잊어버리지 않는 독서술』에서 제안하는 ‘기억에 남는 독서법’의 기본 원칙은 세 가지다. 첫째는 읽은 것을 계속 복습하고 다른 사람에게 알리라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아웃풋’이라고 부른다. 각종 뇌과학 연구 결과를 토대로 ‘책을 읽은(인풋) 뒤 7~10일 이내에 3~4회 아웃풋’ 하라고 조언한다. 읽은 내용을 자꾸 남에게 얘기하고 책을 권하며, 책에 나오는 명언이나 자신의 감상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올리고, 블로그에 서평을 쓰면 10년 후에도 기억에 남을 확률이 높다.


둘째는 막간을 이용해 책을 읽는 것이다. 가바사와는 인터넷 스타지만 스마트폰이 없다. “지하철에서 시간이나 때우려고 가지고 다닐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아무리 바쁜 사람이라도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은 드물다. 도쿄 직장인의 평균 통근시간이 1시간이니 하루에 2시간, 한 달이면 40시간 가까운 시간을 독서에 쓸 수 있다. 4~5권은 거뜬히 읽을 수 있다. 가바사와는 “이렇게 막간을 이용해 독서하면 제한된 시간에 긴박감을 가지고 읽게 돼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속독보다 정독이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하루에 한 권씩 책을 ‘뗀다’면 기억에 남을 가능성이 작다. 책을 읽는 목표를 ‘내용을 남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 책을 주제로 토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잡고 준비하듯 깊이 읽어야 한다고 가바사와는 충고한다.


책을 고르는 법도 가르쳐 준다. 그는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어떤 책을 읽느냐가 10배는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의 자신에게 필요한 책, 자기 수준에 맞는 책을 읽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슈하리(守破離)’ 독서술을 권장한다. 슈하리는 일본의 다도·무도·예술의 세계에서 배움의 자세를 일컫는 말이다. 슈(守)는 스승의 가르침을 지켜 계승하는 것, 하(破)는 스승과 다른 조류의 기법을 연구하는 것, 리(離)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알고 독서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생각한 뒤 해당 분야의 기본적인 책,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배울 수 있는 ‘응용 서적’, 자신만의 스타일을 모색할 수 있는 ‘돌파구 서적’을 맞춰 선택해야 한다.


그는 『운동화 신은 뇌』(존 레이티 지음), 『행복의 과학』(데이비드 해밀턴), 『대국관(大局觀): 자신과 싸워 지지 않는 마음』(하뉴 요시하루) 등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책 31권을 소개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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