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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속에 은행 2개 … 카톡하다가도 용돈 ‘전송’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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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호 14면

#1 부자(父子)간에 모처럼 떠난 캠핑.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피우며 한껏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아버지의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 메시지가 뜬다. 아버지의 친구인 준호 아저씨가 “내일 결혼식에 가니?”라고 묻는다. 아버지는 “난 캠핑 중인데 축의금 좀 전해줘”라고 답하고는 화면 하단 카카오뱅크 버튼을 누른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뱅킹 서비스로 들어가 카카오톡 대화 상대방 가운데 준호를 찾아 송금 버튼을 터치하자 “이준호님께 5만원 송금을 완료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외진 숲 속에서 상대방 계좌번호 없이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간편하게 송금을 마쳤다.


#2 결혼을 앞둔 A씨, 전세자금 대출이 급했다. 금리가 낮은 시중은행을 이용하자니 담보도 신용도 부족했다. 그렇다고 금리가 높은 대부업체를 찾자니 이자 부담이 컸다. 고민하던 A씨에게 인터넷 전문은행 애플리케이션이 해답을 줬다. 10%대의 중금리 상품을 추천해준 것이다. 이 앱은 평소 통신비나 세금 납부 연체가 없고 카드 급전을 쓴 적도 없는 A씨의 금융활동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파악한 뒤 신용도에 맞는 대출 상품을 권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인가를 받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본격 영업을 시작하는 내년부터 달라질 금융거래 모습이다. 장면 1은 카카오 주도의 ‘카카오뱅크’에서, 장면 2는 KT가 이끄는 ‘케이(K)뱅크’ 서비스에서 자주 접하게 될 장면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들 두 곳에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내주었다.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3년 만에 정부 인가를 받은 은행은 정보통신기술(ICT) 시대를 맞아 ‘인터넷 전문’이라는 형태로 등장한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금융거래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거래는 간편해지고 소비자 혜택은 늘어난다. 문답으로 풀어본다. 비대면으로 계좌 열고 거래도 가능-‘인터넷 전문은행’이란 무엇인가. ‘인터넷뱅킹’과의 차이는.“인터넷 전문은행은 예금·대출·결제 등 모든 은행 업무에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를 접목해 창구도 계좌도 없이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은행이다. 모바일 기기 속 카카오톡이나 K뱅크 앱이 곧 은행이 되는 것이다. 인터넷뱅킹은 기존 시중은행 창구에서 계좌를 개설한 뒤 잔액조회와 계좌이체 같은 일부 서비스만을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 가능하도록 구현한 것이다. 기존 금융거래에서 종종 들을 수 있었던 ‘이 업무는 비대면 처리가 어렵다, 반드시 창구를 방문해 달라’는 얘기가 인터넷 전문은행에서는 사라진다.”


-창구가 없는데 계좌 개설을 어떻게 하나.“비대면 인증을 통해 개설한다. 인증 방식은 홍채·지문 등 다양한 방법을 놓고 고민 중이다. 계좌를 개설해 놓고 송금을 통해 입금해 두면 그 돈을 스마트폰에 있는 상대방에게 보낼 수 있고 공과금 납부도 할 수 있다. 돈을 주고받을 상대방도 해당 인터넷 전문은행에서 비대면으로 계좌를 만들어 둬야 한다.”


-스마트폰이 은행 창구가 된다는 얘기인가.“그렇다. 금융거래의 시·공간적 제약이 해소된다. 기존 인터넷뱅킹은 결제와 연계되지 않았으나 인터넷 전문은행은 정보기술(IT)을 접목해 간편 결제, 결제 포인트 적립 같은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특히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모든 금융 활동이 빅데이터로 축적돼 개인별 신용등급 세분화가 가능해진다.”


-개인 맞춤형 대출이 가능해지는 건가.“국내 대출 시장은 은행권의 저금리와 제2금융권, 대부업의 고금리로 양극화돼 있다. 평균 대출금리가 은행은 4.9%인 데 비해 카드론 15.5%, 캐피털 21.6%, 저축은행 25.9%, 대부업 34.7%다. 은행과 카드론의 사이인 5~15%대는 금리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여기에 해당하는 신용등급이 10등급 가운데 4~7등급인데 국민 가운데 2076만 명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본인의 신용등급보다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물어야 하는 제2금융권과 대부업 대출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에게 중금리 대출 시장이 새로 열린다. 은행과 고객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기존 은행에 비해 대출금리가 낮고 수신 금리가 높은 이유는.“인터넷 전문은행은 점포도 직원도 없다. 모든 업무를 IT를 이용해 처리한다. 당연히 인건비, 점포 임대료, 판매·관리비가 들지 않는다. 오프라인 은행에 비해 비용이 40% 가까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된다. 물건값을 치를 때도 결제대행업체를 거치지 않아 결제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이렇게 절감한 돈은 고객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수신 금리나 낮은 대출금리 혜택으로 돌아간다.” 식당에서 스마트폰으로 주문 가능-카카오뱅크는 어떤 금융 서비스를 준비하나.“카카오톡 대화 상대와 간편하게 거래를 할 수 있다. 계좌번호를 묻지 않아도 부모님이나 조카에게 카톡으로 용돈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카카오뱅크를 터치하면 카톡 친구 목록에 ‘금융봇’이라는 상대가 뜬다. 금융상담사다. ‘창업자금 대출에 어떤 게 있나요’라고 물으면 대출 상품별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뜬다. 이 정보는 ‘공유’를 통해 가족이나 사업 파트너에게 전송해줄 수 있다. 상거래도 간편해진다. 식당을 찾아 식탁 한쪽에 붙은 안내 스티커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메뉴 목록이 뜬다. 주문할 상품을 터치한 뒤 계산까지 그 자리에서 완료할 수 있다. 사업자 입장에선 주방에 있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주문 목록과 결제 정보를 볼 수 있고 주방장은 곧바로 음식을 준비한다. 영업이 끝나면 식당 주인 앱에는 그날의 총 매출액이 집계된다. 최근 매출 추이를 그래프로도 확인할 수 있다. 고객에게는 결제 금액의 1%는 카카오 유니버설 포인트라는 통합 포인트에 적립된다. 이 포인트는 카톡 선물, 핫딜 쇼핑, 멜론, 넷마블, 지마켓, 옥션, 예스24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예금 이자를 포인트로도 받을 수 있다.


-K뱅크는 어떤 금융서비스를 준비하나.“K뱅크 앱을 열어 본인의 주소록과 동기화된 주소 목록에서 간편 송금을 할 수 있다. e메일이나 전화번호만으로도 송금이 가능하다. 이동통신사의 특성을 살려 예금 규모 수준과 연동해 음성이나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고 음악 무료 다운로드, VOD 무료 보기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KT의 경우 카드사와 연계돼 있어 오프라인 결제 데이터를 연간 60억 건 이상 비축하고 있다. 이들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별 신용등급에 맞는 대출 상품을 추천할 계획이다. 전국 7만 개 공중전화 부스 가운데 일부에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추가해 금융거래 고객과의 접점 포인트로 활용할 계획이다.”


-영업은 언제 시작하나.“이번 인가는 예비인가여서 앞으로 본인가, 법률 개정 등이 필요하다. 내년 하반기에 본격 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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