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와 빅데이터 활용 접점 찾아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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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호 14면

인터넷 전문은행의 계획은 야심 차다. 언제 어디서나 고객 특성에 맞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거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상품 개발을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은 개인정보보호 강화 추세와 부딪힌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주주는 분야별로 다양하다. 이들이 가진 고객 정보를 통합해 분석하면 상당한 수준의 고객 맞춤형 상품 개발이 가능하다. 하지만 장벽이 있다. 개인정보를 활용하려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고객별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 교수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터넷 은행들이 중(中)금리 시장에 들어오겠다고 하는데 고객 동의를 받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누구의 정보인지 알 수 없는 비식별화 조치를 하면 되지만 그 경우엔 의미 있는 분석 자료를 만들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정보보호 관련 규제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빅데이터 활용은 개인정보가 충분히 보호된다는 전제에서 이뤄져야 한다. 영업을 위해 동의 없이 개인정보가 사용되거나 침해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보안시스템 구축은 상당한 자금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모든 거래가 온라인에서 이뤄져 보안사고 가능성이 크다. 오프라인 지점망이 없어 해킹에 시스템이 마비될 경우엔 마땅한 대안도 없다. 글로벌 핀테크 기업이 보안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이유다. 미국의 온라인 결제서비스업체 페이팔은 최근 이스라엘의 온라인 보안업체 사이액티브를 6000만 달러(약 660억원)에 인수했다. 페이팔은 앞서 2008년 이스라엘의 사기거래 탐지 전문업체 프로드 사이언스를 1억6900만 달러(약 1850억원)에 인수했다.


은산(銀産) 분리 완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비금융 주력사(산업자본)는 금융회사의 지분을 최대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그나마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정부와 업체들은 혁신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이 인터넷 전문은행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인터넷 은행에 한해 은산 분리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는 산업자본의 지분 한도를 10% 이내에서 50% 이내로 바꾸는 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반대 목소리가 커 통과 가능성은 작다.


보안을 강화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하더라도 고객 신용도를 정확히 평가하고 수익 나는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 건 또 다른 과제다. 이명식 상명대 경영학 교수는 “신용도 평가는 상환 능력과 상환 의지 평가가 기본인데 빅데이터를 분석해 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상품을 만드는 데는 상당한 수준의 축적된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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