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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기후체제가 가져 올 변화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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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호 30면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COP21에서 합의가 도출된다면 2020년 이후를 이끌어갈 신(新)기후체제가 확립되는 것이다. 신기후체제는 지난 30년 간 지지부진했던 기후체제와는 몇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 차별화된다.


우선 기후변화를 둘러싼 국제역학 관계가 기존 교토의정서 체제와는 매우 다르다. 미국은 2001년 교토의정서 탈퇴 이후 UN 기후변화 체제 밖에서 중국·일본·인도 등과 다양한 기후변화 협상을 진행해왔다. 기후체제를 둘러싼 국제역학관계는 미국의 오바마 정부의 등장, 셰일가스 혁명, 신기후체제 협상이 시작된 2009년부터 변하기 시작했다.오바마 정부는 출범 때부터 기후변화를 21세기 가장 중대한 문제로 규정하고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2009년 상업생산에 성공한 셰일가스 혁명으로 탄소 배출이 급감하자 미국은 기후변화 협상에서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


2008~2012년 미국 발전분야의 석탄사용 비중은 49%에서 37%로 감소했다. 미국의 CO2 배출도 2012년 3.8% 감소했다. 2005년보다 11.7% 낮다. 미국은 COP21을 기점으로 기후변화 체제로 돌아와 신기후체제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규범적 측면에서 신기후체제의 가장 큰 새로운 변화는 기후변화가 본질적으로 에너지 문제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CO2 배출의 60% 가량이 화석연료 연소에 기인하고 있고, 따라서 저탄소 에너지기술의 사용 등 에너지 부문의 대변환이 기후변화의 핵심 사안이라는 점이다. 화석연료 감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규범과 제도화가 본격적으로 강화될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주요 강대국들은 신기후체제 하에서 국내 에너지 선택과 대외 에너지안보 외교를 어떻게 가져갈지를 두고 깊은 논의에 들어간지 이미 오래다. 이제까지 에너지안보는 주로 오일 안보 중심이었고 국가위주의 관리, 국가간 경쟁, 국제에너지협력은 주로 미국 헤게모니에 의한 방식이었다. 신기후체제 하에서 에너지안보는 훨씬 복합한 초국가적인 관리와 협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 안보가 새롭게 등장했으며, LNG 안보는 오일 안보와 다른 새로운 마켓 메커니즘과 새로운 지정학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20세기 화석연료 자유무역 시대는 가고, 21세기 초 청정에너지 시대는 그린에너지 중상주의(green mercantilism)로의 회귀가 예측돼 청정에너지기술의 확산과 무역 레짐 구축을 위한 개방적 에너지 협력이 필요하다.


신기후체제에서는 개도국의 개발 문제도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국제 사회는 이제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동시에 개도국의 발전과 빈곤 문제와도 상충하지 않는 에너지를 모색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전 세계적으로 14억 명이 에너지서비스, 가정 전력공급이 결여돼 있다. 에너지빈곤은 세계적 빈곤퇴치의 핵심 사안이다. 에너지 접근은 국제기구의 국제원조에서 관심을 받지 못했다.


신기후체제 재편은 에너지 체제 재편, 새로운 선진국-개도국 관계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의 양대 과제는 아직 글로벌한 차원에서 잘 관리되고 있지 못하며 국제제도와 규범이 이제 막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기존 에너지 국제기구로는 세계적인 에너지 환경 변화에 대응한 에너지 아키텍처를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에너지 국제기구 간 기능과 역할 중복을 방지하고 협업 강화와 글로벌 에너지 아키텍처의 향후 틀이 새롭게 모색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재편 속에 한국의 에너지 전략과 산업전략 모색은 커다란 도전이자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에너지거버넌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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