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광장에 등장한 박근혜 대통령 얼굴 가면, 로봇 가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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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가면쓰고 부모님과 서울광장 집회 온 유미르(4)군 [사진 김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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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민중총궐기가 열린 5일 오후 서울광장과 사전집회가 열린 광화문·종로·인사동 등에는 다양한 가면을 쓴 시민들이 참여했다. 최근 논란을 일으킨 ‘복면금지법’을 비판하는 의미로 가면을 쓰고 대회에 온 것이다.

 한국청년연대 등 청년단체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복면을 쓰고 인사동거리, 보신각을 거쳐 본집회가 열리는 서울광장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눈을 가리는 흰 가면, 얼굴 전체를 덮는 빨간 가면, 박근혜 대통령 얼굴을 프린트한 가면을 쓰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멈췄다” “국민을 이긴 독재는 없다” “살려라 청년을 뒤집자 헬조선” 등의 내용을 쓴 현수막을 든 채 거리를 행진했다.

 같은 시각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는 높이 2m 크기의 박근혜 대통령 얼굴 가면이 등장했다. 집회·결사·표현의 자유를 위한 예술행동 '액숀가면' 집회에 내걸기 위해 화가 임옥상씨가 종이와 천으로 만든 가면이다. 임씨는 “박근혜 대통령 얼굴 모양에 박 대통령이 말한 ‘복면시위는 못하도록 해야한다. IS와 마찬가지’ 등이 쓰인 종이를 붙였다”며 “대통령이 자신의 말에 책임감을 느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가면을 쓰고 서울광장을 찾았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기 위해 나왔다는 시민 유모(41)씨는 아들 미르(4)군에게 캐릭터 가면을 씌웠다. 유씨는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우리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생각해 아이와 함께 반대 집회에 참여한 것”이라며 “복면금지법 반대의 의미도 담아 평소 아들이 좋아해 자주 쓰던 캐릭터 가면을 씌워 나왔다”고 말했다. 김은미(30)씨는 "지난 11월 집회 때 물대포를 맞은 것이 생각나 우산에 꽃을 꽂아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 캐릭터 가면을 쓴 안광회(25)씨는 "노동개혁에 반대한다"며 "새들은 약자지만 연대하면 기득권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새 가면을 썼다"고 말했다. 권혁주(15) 군과 엄고은(17)양은 "우리는 IS가 아닌 평범한 청소년이고 국정교과서를 반대하기 위해 나왔다"며 "가면을 썼다고 우리를 IS로 몰아세우는 정부가 황당해서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대학강사 김모(60)씨는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 마땅하다'는 영화 '브이포벤데타'의 대사를 적은 패널을 들고 나왔다. 김씨는 "가면을 쓰고 나온 사람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정부가 이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경·김민관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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