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씨 가족·자금담당 부부 줄줄이 해외 잠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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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양도성예금증서 1백50억원을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무기거래상 김영완(金榮浣.50)씨의 부인과 두 자녀가 지난 18일에서 22일 사이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이 양도성예금증서를 돌린 사채업자를 소환하는 등 金씨의 돈세탁 혐의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서면서다. 특검이 출범하기 직전인 3월 말 출국한 金씨에 이어 전 가족이 해외로 잠적한 것이다.

이와 함께 金씨의 측근으로 돈세탁을 담당한 林모(46)씨도 특검 수사가 시작되기 전 부부가 함께 돌연 출국하면서 지인들에게 "이 정권이 끝나기 전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특검 수사 전후에 사건의 핵심 관련자들과 가족이 잇따라 출국한 배경을 놓고 사건 진상 은폐를 위해 조직적으로 도피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 2월 말 특검법 통과 직전 미국으로 출국한 林씨는 金씨의 서울 J고와 K대 5년 후배라는 인연으로 자금 관리를 담당해 온 핵심 측근이다. 그는 S은행.K종금 등 금융권에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2000년께부터 서울 명동에 사무실을 내고 주식 투자와 채권 거래 등을 통해 金씨의 자금을 운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林씨가 金씨의 지시로 서울 명동의 사채업자 장모씨를 고용, 돈세탁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 일산의 林씨 이웃들은 "중학생인 자녀가 유학하고 있는 호주로 이민 간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林씨는 지난 연말 아파트의 인테리어 공사를 했고, 출국 2주 전 새 승용차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그의 출국이 사전 준비없이 갑작스레 이뤄진 의혹이 짙다.

林씨의 한 지인은 "林씨가 2주 만에 새 차를 되팔고 서둘러 떠나며 '정권이 바뀌기 전에는 못온다'고 해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林씨가 살던 아파트 역시 아직 처분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생이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林씨 부부에 이어 김영완씨는 3월 하순 미국으로 출국했으며, 金씨의 부인과 자녀들은 지난주 차례로 미국에 간 것으로 확인됐다. 딸이 다니는 모 대학 학과 사무실 관계자는 "미국에 먼저 간 부모와 남동생을 만난다며 지난 22일 떠났다"고 말했다.

이 무렵은 박지원 전 장관이 소환(16일)되고, 돈세탁 실무자 장모씨를 포함해 양도성 예금증서에 배서한 사람이 잇따라 특검 조사(16, 17일)를 받는 등 수사망이 金씨의 돈세탁 혐의로 압축되고 있었다.

이에 앞서 金씨 부부는 올 1월에도 미국에서 한달여 체류했던 것으로 드러나 "미국에서 생활할 곳을 미리 마련해 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일고 있다.

이 밖에 金씨가 투자한 업체의 자금 담당 이사로 재직하며 양도성예금증서를 현금화한 것으로 밝혀진 許모씨도 이달 중순 이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김필규.고란.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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