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의 검찰, 박 대통령 후반기 ‘정치적 중립’ 시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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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2년을 마친 김진태 검찰총장(왼쪽)이 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김수남 신임 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 총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범죄 혐의의 유무는 명명백백하게 밝히되, 살리는 수사를 하고 아집과 타성을 버리고 법과 원칙에 따라 바르게 사건을 처리하라”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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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남(56) 신임 검찰총장이 2일 임기를 시작한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후반기 사정(司正)을 주도하게 된 김 총장은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이란 과제를 안고 출발선에 서게 됐다.

포스코·정윤회문건 등 대형사건
잇단 ‘하명수사’ 논란에 불신 쌓여
임기 중 총선·대선 치르게 돼
특수수사 역량 강화도 숙제로

 김 총장은 2일 오전 대검찰청에서 취임식을 하고 41대 검찰총장으로서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2년 임기를 채우고 물러난 김진태(63) 총장과 바통터치를 하면서다. 김 전 총장이 한상대 전 총장과 채동욱 전 총장이 각각 검찰 초유의 내홍, 혼외자 의혹으로 중도 사퇴한 뒤 검찰 조직을 추스르는 데 주력했다면 김 총장은 권력형 비리 수사와 총선·대선을 치러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김수남 총장의 가장 큰 시험대는 ‘정치적 수사’ 시비다. 검찰은 올해 포스코·자원외교 수사로 사정의 포문을 연 데 이어 KT&G·농협중앙회 비리 수사에 주력했다. 이명박 정부 때 취임한 경영진과 당시 추진됐던 사업이 주요 타깃이었다. 이에 검찰이 청와대 하명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사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또 김 총장이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지휘한 ‘정윤회 문건’ 수사는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따라 결론을 내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건 내용은 찌라시다”는 박근혜 대통령 발언의 취지대로 ‘비선 실세’ 의혹의 진위보다 ‘문건 유출’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었다. 김선수 전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은 “권력형 비리가 나올 만한 시기가 됐는데도 검찰이 (청와대) 하명 수사에서 벗어날 생각을 안 하니 답답하다”며 “개혁을 못하면 검찰 조직에 대한 불신이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중립이 특히 강조되는 이유는 김 총장 임기와 내년 총선, 내후년 대선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 직전 주가조작 사실이 드러난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당시 후보라는 의혹이 불거져 정국이 소용돌이쳤다. 2012년에도 대선을 며칠 앞두고 ‘국정원 댓글’ 사건이 터졌다. 총선과 대선 등 대형 선거를 앞두고 각종 의혹과 상호 비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김선택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정치적인 것에 휘말리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전국의 수많은 검사들이 총장만 바라보고 있는 만큼 외풍을 막는 울타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조직 내부로는 수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검찰은 8개월간 포스코를 수사하고도 비리 핵심으로 지목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자원외교 수사 과정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했고 이후 수사에서도 자원외교 부실의 본질적 문제를 파헤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진태 전 총장은 마지막 확대간부회의에서 “기업 전체를 의사가 종합 진단하듯 수사를 하면 표적 수사란 비난을 초래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9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인원을 보강하고 부부장급 검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팀제 개편’ 카드까지 꺼냈지만 큰 성과가 없는 상태다. 김수남 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하나의 검찰청에서 맡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 구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대검 중수부의 부활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진태, 서정주 시로 퇴임사 마무리=김진태 전 총장은 1일 퇴임식을 하고 30년 검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김 전 총장은 “범죄 혐의의 유무에 대해서는 명명백백하게 제대로 밝히되 (사람을) 살리는 수사를 해야 하고, 아집과 타성을 버리고 법과 원칙에 따라 바르게 처리하되 세상 사는 이치와 사람 사는 정리에도 부합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섭섭하게/그러나/아조 섭섭치는 말고/좀 섭섭한 듯만 하게”로 시작되는 서정주 시인의 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로 퇴임사를 마무리했다.

글=서복현·이유정 기자 sphjtbc@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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