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프로골퍼들 올해 468억원 수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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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은 한국 여자 프로골퍼들에게 최고의 한 해였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에서 빛나는 활약을 펼치며 잇따라 승전고를 울렸다.

무엇보다도 한국 선수들은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31경기 가운데 15승을 거두면서 시즌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다. 2006년과 2009년의 11승을 가볍게 갈아치웠다.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 투어에서는 37경기 중 17승을 거뒀다. 역시 2012년 16승을 뛰어 넘는 시즌 최다승이다. 비율로 보면 한국선수가 LPGA투어(미국)의 48%, JLPGA투어(일본)의 46%의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다. 리디아 고(18·뉴질랜드) 같은 해외동포 선수들을 제외한 순수한 한국 선수들의 성적이다.

당연히 수입도 많았다. 한국 선수들은 미국과 일본 투어에서 총 287억원의 상금을 벌었다. 여기에 국내 여자투어 상금을 합치면 국내외에서 상금으로만 468억 원을 번 셈이다.
올 시즌 LPGA 투어 총상금은 684억 원, JLPGA투어 총상금은 318억 원(미국 대비 47%) 이었다. 국내 여자투어의 총상금 액수는 184억 원(미국 대비 27%). 공동 주관대회도 있기에 3개 투어 공식대회의 상금은 총 1169억원이다. 한국 선수들은 이 중 40%의 상금을 획득했다.
올해 여자 프로골퍼 가운데 가장 상금을 많이 번 선수는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8·약 32억원)다. 한국 여자골퍼 가운데엔 약 30억원의 상금을 벌어들인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가장 많은 상금을 번 선수다. 김세영(22·미래에셋)은 21억원을 벌어들였고, 양희영(26·PNS)도 17억 원 가까운 상금을 받았다.

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한국 선수 31명이 번 상금을 합하면 약 181억원이다. 여기에 비회원인 전인지(21·하이트진로)가 US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10억원을 벌었다. 고진영(20·넵스)도 브리티시 여자오픈 준우승 등으로 활약했다. 이를 모두 합치면 한국 선수는 올해 LPGA투어에서 총 204억 원을 쓸어 담았다.

일본 상금 1위는 이보미(27·코카콜라)로 약 22억 원을 벌어들였다. 일본 투어에서는 특히 상금랭킹 5위 이내에 한국 선수가 4명이나 됐다. 3위 신지애(27·스리본드)는 약 11억 원, 4위 안선주(28)는 약 10억 원, 5위 이지희(36·진로재팬)는 약 9억 원을 벌었다. 넷이 합쳐 약 52억 원이다. 비회원으로 일본 메이저 2승을 한 전인지도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 선수는 올해 일본 여자투어에서 83억원 가까운 돈을 벌었다.

이보미는 일본에서 발군이었다. 시즌 7승을 기록하며 남녀 통틀어 일본 골프 역대 최고 상금을 기록했다. 한국 투어 상금 랭킹 1위 전인지와 미국 투어 랭킹 1위 리디아 고가 총상금의 5% 정도를 차지했는데 이보미는 총상금의 7% 정도를 가져갔다.

국내 투어 상금왕 전인지(약 9억 원)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번 돈이 더 많았다. 미국 투어에서 10억 원, 일본에서도 5억 원 넘게 벌었다. 올해 상금으로만 총 24억 원 넘게 벌었다. 일본 상금왕 이보미보다도 많다.

JLPGA 투어에서는 최근 6년간 5차례나 한국 선수가 상금왕을 차지했다. 올해 일본 선수는 상금 랭킹 톱 5에 아무도 들지 못했다. 일본 메이저 대회 우승한 일본 선수도 없다. 그래서 시샘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일본의 한 매체는 ‘한국 선수들이 상금만 타간다’고 꼬집었다. 약 10년 전 LPGA 투어에서 생긴 현상과 유사하다. 당시 “돈만 벌어가는 한국 선수들 때문에 투어가 죽는다” 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예전과 달리 한국 선수들은 팬과 소통을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다. LPGA투어의 박인비나 JLPGA투어의 이보미는 특히 기량도 뛰어난데다 에티켓도 좋아서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LPGA투어 대회를 후원하는 국내 기업도 많다.

일본에서도 한국 골퍼들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일본어로 인터뷰를 하면서 팬들에게 다가갔고, 기부 행사 등을 통한 사회 환원으로 연대감을 강화하고 있다. 신지애는 지난해 메이지컵 우승으로 받은 10년 치 과자 상품을 모두 고아원과 복지 시설에 기부했다. 전인지는 지난 5월 일본 투어 살롱 파스컵에서 우승한 뒤 3000만 원을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기부했다.

성호준.김두용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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