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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금융 굴기…위안화, 기축통화 대열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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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금융 굴기’ 향한 튼튼한 디딤돌 위에 올라섰다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들어가며 '엘리트 통화(Elite Currencies)' 대열에 합류했다. IMF 30(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집행이사회에서 위안화의 SDR 통화바스켓 편입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위안화는 달러·유로·엔·파운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기축통화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중국이위안화 국제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2008년 이후 7년 만이다.

1967년 제정된 SDR IMF 회원국이 국제 수지 악화로 어려움을 겪을 때 담보 없이 필요한 만큼의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다. 회원국은 IMF 출자 비율에 따라 SDR배분받고 보유한 SDR 규모 내에서 자유가용통화로 교환할 수 있다. 전 세계의 교역규모가 커지면서 해외 달러 자산이 미국이 보유한 금보다 많아지자 금만으로는 국제통화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어 만든 가상의 준비통화다.

SDR 통화바스켓은 위안화 편입 이전까지 줄어드는 추세였다. 74년에는 전 세계 무역에서 1% 이상을 차지한 상위 16개 통화가바스켓에 포함됐다그런데 81년부터 5년마다 통화 바스켓을 결정하며 편입 통화 수를 줄여왔다. 유로존 출범 직후인 2001년부터는 4개의 가용통화(미국 달러와 유로, 영국 파운드와 일본 엔)로 구성돼 있다.위안화는 15년 만에 SDR에 새롭게 편입된 통화다. 신흥국 통화로는 처음으로 기축통화의하나로인정받은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위안화의 SDR 편입은) 세계 경제의 메인 테이블에서 중국의 위치를 확인받은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위안화의 SDR 바스켓 편입으로 400~6000억 달러 위안화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그럼에도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SDR 바스켓 편입은 IMF 이사회란 국제정치 무대에서 인정받은 셈이다설득과 흥정이 통하는 곳이다. 하지만이제 정치적 흥정보다 손익계산이 우선인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국제통화체제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란 쪽이다전 세계 수출 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11%로 달러와 유로 다음이다. 그렇지만 시장의 인정을 받는 데필요조건은 다 채우지 못했다. 우선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중 위안화의 비중은 미미하다.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액도 적다. 위안화 계정의 자유화와 금융 개혁, 정책의 투명성 확보 등 중국 정부가 감당해야 할 책임은 더 커지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중국은 세계 5통화국 지위에 걸맞은 금융개혁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DR 바스켓 편입 과정에서 빚어진 ‘정치적 특혜’ 논란도 중국에는 부담이다. SDR 편입 조건인 ‘자유로운 사용(Freely Usable)’에 대한 해석을 둘러싼 시각차 때문이다. 에드윈 트루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연구원은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였다면 SDR 편입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IMF 집행이사회가 중국과의 민감한 관계를 고려해 규칙을 변칙 적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편입 비중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IMF 7월 예비보고서에서 위안화가 SDR 바스켓에서 14~1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편입 비중이 10%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SDR에서 달러는 41.9%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로(37.4%), 파운드(11.3%), (9.4%)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위안화가 실제로 SDR에 편입되는 시점은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친 내년 4분기다.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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