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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혁명’ 희망 베이비붐 세대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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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호 30면

우리나라는 올해 2분기까지 경제성장률이 5분기 연속 0%대에 머물렀다.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가 살아나면서 잠깐 성장세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이번 분기에도 다시 전기 대비 0%대 성장률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들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우 각각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대에서 2.7%로 낮춰 잡고 있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지금 추세대로 간다면 우리 경제의 성장활력이 언제쯤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가 다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게 할 방도는 없을까. 물론 이와 관련해서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법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는 베이비붐세대(1955~63년생)의 전문성과 경험을 적극 활용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고 유용한 대안이 아닌가 싶다. 이들 베이비붐세대는 경제성장과 변혁을 이끈 사회적 의미가 특별한 계층이다. 고학력 세대로서 약 47%가 고졸, 그리고 27%가 대졸 이상의 고등교육을 이수하는 등 양질의 교육과 훈련을 받고 노동시장에 진입해 산업화의 원동력이 되어온 이들이다. 우리 경제에 있어 생산·소비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은 개인차원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대다수 중·고령 근로자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퇴를 맞이하면 경제·심리적 이중고에 시달리기 십상이다. 은퇴하면 재취업이 어려워 유휴인력화 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상당수 국민의 구매력 저하는 내수기반 잠식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베이비붐세대는 대한민국 인구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7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은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대책은 턱없이 미흡한 실정이다. 노후 준비가 부족한 이들이 경제·심리적 불안으로 지갑을 닫아버릴 경우 우리 경제는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면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성장활력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평생을 쌓아온 이 분들의 경륜과 일솜씨는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세계 최고의 자산이다. 따라서 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면 제2의 대한민국 기적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저출산 등으로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을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제고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 나갈 때다.


사실 대기업·금융기관·공기업·연구기관·정부 등의 은퇴인력은 수출·투자·세법·일반경영·마케팅·기술개발 등 다양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적지 않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이러한 전문 인력 활용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따라서 공급(은퇴인력)과 수요(일자리)를 잇는 노력을 더 적극적으로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은퇴 인력들이 개인 차원의 경제적 활동을 하면서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장년기 이후에도 개인적·사회적 활동을 지속해 사회 개혁을 모색하는 이른바 ‘은빛혁명(Silver Revolution)’이다.


일부에서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클 것이라든가, 청년 일자리를 빼앗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나는 일이 필요하지 수입이 필요한 게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은퇴자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수출 전문가가 없다가 은퇴한 베이비붐세대 전문가가 들어가 싼 임금으로 일해 주면 안 하던 수출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청년고용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사회복지 지원 대상이 아닌 가치창출 주체로 삼아 위기가 아닌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의 기회로 활용해야 할 때다. 이는 우리 모두의 시대적·세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임태희한국정책재단 이사장(前대통령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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