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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깡통아파트 속출” “수요 늘어 공급 많아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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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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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 상현동의 일부 아파트 단지와 중개업소 앞에는 ‘초기 분양가의 40% 할인’ 같은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용인은 지난 9월 말 현재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2784가구나 된다. 그럼에도 올해 분양된 아파트는 2만6000여 가구로 지난해 공급 물량(3000여 가구)의 8배 수준이다.

올 70만 가구 인허가 … 전문가 진단

 용인시 상현동 P공인 관계자는 “올가을에만 상현동을 비롯해 동천동·성복동 등 수지지구 일대에 분양이 이어지면서 입지가 떨어지는 단지는 청약 미달도 생겼다”고 전했다. 건설사 역시 부동산 시장의 활황세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분위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분양 열기가 뜨거웠지만 이런 분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건설사 입장에선 갖고 있는 분양 물량을 빨리 털기 위해 서두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 ‘공급 과잉’이라는 노란색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 건축 인허가를 받은 주택(아파트+단독·다가구주택) 물량이 1990년 이후 처음 70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만 놓고 보면 올해 1~10월 분양된 아파트는 42만24가구다. 지난해 같은 기간(28만4734가구)보다 47.5% 증가했다. 부동산114는 올 아파트 분양 물량이 51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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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 인허가와 아파트 분양이 늘어나면 2~3년 뒤엔 입주 물량이 늘어난다. 만일 입주 시점에 물량이 한꺼번에 몰려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집을 분양받은 사람이나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가 타격을 입으면 주택시장을 넘어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17년 이후 일시에 많은 집이 공급되면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입주가 지연되는 입주대란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집값 하락에 따라 대출금이나 전세금을 빼고 건질 게 없는 ‘깡통아파트’가 속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공급 과잉을 우려할 단계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08~2013년엔 주택 공급이 적었기 때문에 최근 1년 반 동안 인허가 물량이 늘었다고 해서 현 상태를 공급 과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2008~2013년 평균 주택 인허가 물량은 45만 가구로 지난 2002~2007년 평균 물량(53만 가구)에 비해 연간 8만 가구 정도 적다. 주택업계에선 택지 부족으로 더 이상 공급을 늘리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의열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은 “저금리 기조와 전·월세 전환 가속화로 주택 수요가 늘면서 공급 물량도 많아진 것”이라며 “앞으로는 택지가 적어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당장은 걱정할 상황은 아니지만 내년에도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공급 과잉을 우려할 만하다는 절충적인 견해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올해만큼 내년에 추가로 인허가 물량이 나온다면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며 “지방은 내년에 공급이 둔화되겠지만, 수도권은 인허가를 받았지만 분양을 하지 못하고 쌓아 놨던 물량이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주택시장의 상황을 예의 주시한다는 입장이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지역에서 공급 과잉·분양과열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예의 주시하며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급 과잉 문제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국토부는 내심 너무 섣부르게 대응해 살아나는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김재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내년 1월부터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 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원배·김민상 기자, 황의영 기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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