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반기문 "빠른 시일 내 방북할 수 있도록 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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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3일 “언제 방북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일자를 조정 중에 있는데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뉴욕의 유엔 한국대표부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 특파원들과 만나서다. 갑작스럽게 불거진 방북 뉴스 이후 반 총장 스스로 경과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반 총장은 “최근 이수용 북한 외상이 유엔을 방문한 계기에 만나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논의한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에 (북한으로부터) 약간 긍정적인 신호가 왔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그러나 방북 협의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추진하는 것이 용이하다고 생각은 않는다”며 “여러 가지 예민한, 민감한 문제들도 많이 있으므로 인내를 갖고 기다려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 방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연내 방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현재로선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반 총장이 거론한 ‘예민하고 민감한 문제’ 란 최근 유엔 총회 제3위원회를 통과한 북한인권결의안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결의안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어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인권 불량 국가로 낙인 찍혔다는 의미다. 북한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책임을 물을 것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촉구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결의안은 다음달 중순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유엔 외교가에선 이 결의안이 압도적으로 채택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 총장의 일정상 연내 방북이 가능한 시기는 유엔 총회가 북한인권결의안을 정식으로 채택하는 시점 전후와 맞물린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반 총장은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11월30일~12월11일)가 끝날 때까지 파리에서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의 연내 방북이 성사된다면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을 놓고 뜨거운 외교전이 한창이거나 결의안이 채택된 직후여서 반 총장과 김 위원장의 회담이 어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 총장은 빈소에서 “김 전 대통령은 평생 고초를 겪어가며 대한민국의 민주화, 세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 걸쳐 보다 공정하고, 책임성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과감한 개혁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 의전수석과 외교안보수석 비서관을 지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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