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美언론, YS 민주 여정 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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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하며 “군부의 도움으로 당선됐지만 그는 뿌리를 잊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NYT는 서울발 기사에서 김 전 대통령이 집권한 뒤 하나회 척결과 전두환ㆍ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기소에 나섰음을 거론하며 “군부가 지지한 정당의 도움으로 당선됐지만 김 전 대통령은 그의 뿌리를 잊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와 관련, “정치화된 장군들을 숙청하고 금융 거래에서 기념비적인 개혁을 도입한 대통령”이라고 전했다. NYT는 또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민주화 투쟁을 설명하며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김 전 대통령의 말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한국인들의 표어가 됐다”고 보도했다. NYT는 그러나 김 전 대통령 당시 성사될 뻔 했던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선 “업적이 김 전 대통령을 비껴갔다”며 “1994년 7월 회담을 2주 앞두고 김일성이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NYT는 “내가 김일성과 만났다면 북한의 역사를 바꿨을 것”이라는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발언도 소개했다. NYT는 또 1979년 당시 야당 대표였던 김 전 대통령이 NYT와의 인터뷰에서 박정희 정부를 비판하며 김 전 대통령의 의원직 박탈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CNN은 “군부 통치를 종식시켰던 김 전 대통령 서거”라는 제목으로 전했다. CNN은 “김 전 대통령은 온건한 야당 지도자이자 민주주의의 옹호자로 간주됐다”고 설명했다. AP 통신은 김 전 대통령의 서울대병원 입원과 서거 소식을 전하면서 “김 전 대통령은 군부 쿠데타의 나라에서 평화적 정권 교체의 초석을 놓았다”고 알렸다. AP와 NYT·CNN 등은 특히 1994년 당시 북한 영변 핵 위기 때 김 전 대통령이 클린턴 정부의 북폭 계획을 막았던 과거를 소개했다.
AP는 김 전 대통령의 비망록에 따르면 94년 미국은 폭격을 준비하기 위해 항공모함, 순양함 등을 동해에 배치했으며 미군과 군속들을 소개하는 계획까지 마련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에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새벽에 전화를 걸어 “북한 폭격은 북한의 남한 공격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AP 등은 동시에 김 전 대통령 집권 말기의 국제 금융 위기로 비판을 받고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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