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씨 100억 수사' 경찰비선 개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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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양도성예금증서 1백50억원 세탁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무기거래상 김영완(金榮浣.50.미국 체류)씨 집 떼강도 사건 처리에 경찰의 '비선(秘線)'이 가동됐음이 드러났다.

이는 본지 보도(6월 23일자 1면)로 사건이 알려진 뒤 경찰이 밝힌 공식 해명과는 또 다른 내용으로, 이미 제기된 청와대 개입론(본지 6월 24일자 1면)과 함께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더욱 부풀리고 있다.

24일 익명을 요구한 경찰 간부는 "당시 사건은 경찰청 고위 간부 L씨를 통해 다시 서울경찰청 간부 K씨에게로 하명됐다"면서 "경찰청 L씨가 사실상 총괄 지휘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시 사건 신고 접수는 관할 서대문경찰서가 아닌 다른 경찰기관 소속 형사가 金씨를 만나 수사 의뢰를 받는 형식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의 다른 간부는 "金씨가 강도당한 사실을 처음에 선이 닿는 정치권 인사와 의논했다"고 말해 경찰 간부 L씨가 정치권 인사의 부탁을 받고 비선을 동원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보 계통의 또 다른 경찰 간부도 이날 "지난해 봄 청와대와 관련 있는 대형 강도사건이 있었고, L씨와 청와대 등으로 이어지는 라인에서 이를 은폐했다는 정보가 당시 돌았다"고 전해 정치권, 특히 청와대 개입 의혹을 뒷받침했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적인 사건에 정치권과 경찰 수뇌부 일부가 동원됐다는 비난과 함께 그 배경을 둘러싼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그러나 L씨는 "전혀 사실과 다르며 사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한편 L씨의 지휘라인에 관여했다는 한 수사 간부는 "수사 의뢰를 받기 위해 金씨를 만났던 형사에 따르면 당시 金씨는 범인을 잡는 것보다 강탈당한 각종 무기명 채권을 회수하는 데 주력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 간부는 또 "수사를 어느 부서에 배당할까 고민하다가 관할 서대문경찰서에 배당해 사건 발생 10여일이 지난 4월 11일 처음 수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는 강도 발생 다음날 金씨 측의 전화 신고가 들어와 수사에 착수했다는 서대문경찰서 측 해명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한편 경찰은 지난 2월에도 명동 사채시장을 돌면서 金씨가 강탈당한 뒤 회수가 안된 채권들을 사채업자들에게서 압수해 간 것으로 당사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金씨가 강탕달한 채권(액면가 90억원대) 중 현재까지 59억원 상당이 회수된 상태다.

김정하.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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