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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에서 깃발 든 사진 삼각대로 혼자 찍은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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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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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북한산에서 이슬람 무장단체인 ‘알누스라’의 깃발을 들고 있는 인도네시아인 A. ‘알라 외에는 신이 없다. 무함마드는 알라의 사도’라는 뜻의 아랍어 밑에 작은 글씨로 ‘자브하트 알누스라(알누스라 전선)’라고 적혀 있다. [중앙포토]

이슬람 무장테러단체 ‘알누스라’를 추종한 혐의로 18일 검거된 인도네시아인 불법체류자 A(32)가 경찰 조사에서 주변인과의 연계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알누스라’ 추종 혐의 불법체류자
동조세력 연계 가능성 강력 부인
공장에선 가까이 지낸 사람 없어

 경찰청은 A가 지난 4월 북한산에서 알누스라의 깃발을 든 채 사진에 등장하는 것과 관련해 사진을 찍어준 인물도 알누스라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A는 “사진은 삼각대를 이용해 혼자서 찍었다”고 주장하며 동조 세력이나 주변인 등과의 관련성을 부정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 동조 세력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수색 영장 등이 필요한데 지금으로서는 A의 진술에 주로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 조사가 다소 길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본지가 18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A가 거주하던 충남 아산의 아파트를 찾아갔더니 일부 주민은 불안감을 표시했다. 같은 동에 사는 주민 정모(39)씨는 “집에서 도검과 모형 총까지 발견됐다고 하니 불안해 아이에게 절대 혼자 다니지 말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을 대체로 A를 잘 모른다고 했으나 일부 상가 상인은 A의 얼굴을 기억했다. 아파트 상가 마트에서 일하는 박모(63)씨는 “일주일에 3~4번 장을 보러 왔는데 고기는 단 한 번도 사가지 않았다”며 “가끔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무슬림 복장으로 왔다”고 말했다. 그는 “계산할 때 한국어를 사용한 기억이 나는데 일주일 전부터 아예 모습을 감췄다”고 덧붙였다. 주민 김모(37)씨는 “A의 수염이 기억 난다”며 “여기 A와 비슷한 무슬림이 많은데 삼삼오오 모여 다니며 집에서 기도를 하기도 하고 라마단 기간도 지키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A는 2007년 입국해 충남 아산 지역 제조업체 등에서 일했고 4개월여 전부터 아파트 길 건너 보일러·에어컨 제조 공장단지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공장 직원 중에서도 A와 가까이 지낸 사람은 없었다.

 한 공장 직원은 “A와 같은 공장에서 일했지만 4개월 동안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고 한번도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천안·아산 지역의 외국인들을 지원하는 단체들도 A를 잘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전문가들은 A가 주변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기보다 ‘외로운 늑대’ 유형의 테러리스트들처럼 스스로 테러단체에 대한 동경심을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필리핀인 C는 “A를 본 적도 없고 무슬림도 아닌데 모든 외국인이 테러를 지지하는 것처럼 비쳐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유성운·윤정민·박병현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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