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월드컵 우승 비결은 발효 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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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만드는 바리스타에게 섬세한 후각과 미각은 필수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바리스타는 다른 견해다. “감각보다는 생두에서 최종 제품까지 커피 사이클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일갈했다. 올해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에서 우승한 사샤 세스틱(37·사진)이다.

WBC 1위 바리스타 세스틱
감각보다 제조 사이클 이해 중요
보졸레 와인 방식으로 생두 발효

 WBC는 바리스타 사이에서 ‘꿈의 대회’, ‘커피 월드컵’ 등으로 불린다. 매년 60개국 이상의 국가대표 바리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챔피언을 가린다. 호주 오나커피 (Ona Coffee) 소속의 세스틱은 지난 4월 열린 대회에서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2003년 폴 바셋 이후 2번째 WBC 우승을 차지한 호주 바리스타이다. 세스틱은 지난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카페쇼에서 본지 기자와 만났다. 한국의 커피 수준이 짧은 시간내 질과 양적인 면에서 일취월장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WBC 우승 배경에 대해 자신만의 독특한 생두 발효법을 들었다. 세스틱은 수단 루메 품종에 와인 제조법 가운데 하나인 ‘카르보니크 마세라시옹’ 방식을 접목했다. 프랑스 보졸레에서 사용되는 이 방식은 레드 와인을 만들 때 포도알을 파쇄하지 않고 그대로 통에 넣어 발효하는 방식이다.

 세스틱은 “생두와 로스팅한 원두 모두 그날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커피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면서 깊은 맛을 내는 최상의 조건을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pH미터를 비롯한 각종 과학장비를 이용해 발효할 때 온도·습도는 물론 산도까지 일정하게 유지했다.

 세스틱은 바리스타 이전에 호주와 니카라과에 커피 농장을 갖고있는 농삿꾼이고, 생두를 국제적으로 사고파는 바이어이기도 하다. 그래서 “와인 양조자들과 커피 농부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그들의 도움과 지식을 커피 생산과 발효, 로스팅 등에 융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양한 커피생두 중에 온두라스 산을 가장 좋아하며, 개인적으로 하리오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를 즐긴다고 한다. 그는 “신맛과 부드러운 맛이 균형을 이뤄 입안에서 폭발할 때 짜릿함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커피값이 비싼것 같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만든 에스프레소 커피 한잔을 호주에서 5달러(약 5500원) 정도에 판매하는데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면서 “단, 커피 한잔이 나오기까지 한 순간이라도 미흡했던 커피에 비싼 값을 매긴다면 불평이 나오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장인정신으로 맛의 균형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가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스틱은 2017년 서울에서 열리는 WBC를 참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약 10여년만에 아시아에서 열리는 대회다.

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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