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산대 총장 직선제 강행, 교육부 제동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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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가 직선제를 통해 총장 후보를 선출했다. 강원대·경상대 등 다른 국립대도 한때 폐지했던 총장 직선제를 되찾겠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반면 교육부는 각 대학의 '직선제 부활' 움직임에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총장 선출방식을 둘러싼 갈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18일 부산대 총장임용추원위원회(총추위)는 “제 20대 총장 임용 후보자 추천선거에서 최다 득표자인 조선해양공학과 전호환 교수가 1순위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2순위는 통계학과 정윤식(60) 교수다. 앞서 17일 부산대는 캠퍼스 내 경암체육관에서 입후보자 5명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부산대는 애초 간선제 방식의 총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하려다 이에 반대하는 교수회와 갈등을 빚었다. 지난 8월 고(故) 고현철 교수의 투신을 계기로 대학본부와 교수회가 직선제 선출에 합의했다. 부산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검증 등을 거친 뒤 다음달 8, 9일 쯤 두명의 총장 후보자를 교육부에 추천한다.

다른 국립대도 직선제 논의가 활발하다. 강원대·경상대는 직선제 부활을 확정하고 신임 총장 선발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충남대 교수들은 대학본부의 간선제 방침에 맞서 직선제 부활을 요구하는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직선제로 선출된 후보가 총장에 임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법적으로 총장 후보를 추천하는 권한은 대학에 있다. 그러나 추천 받은 후보자를 국무회의에 임용 제청하는 건 교육부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각 대학이 직선제로 선출한 후보의 임용 제청을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임용 제청 여부는 각 대학의 후보자 추천 절차가 완료된 뒤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5일 교육부는 부산대·강원대·경상대 관계자를 면담한 가운데 총장 직선제 복귀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교육부 측은 “해당 대학의 총장, 총장대행에게 직선제 폐지를 약속했던 각 대학의 양해각서 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2010년대 들어 교육부는 과열 경쟁, 선거 부정 시비 등을 이유로 전국 국립대에 직선제 폐지를 요구해왔다. 상당수 국립대는 정부의 국립대 구조개혁평가, 각종 재정지원사업 평가에서 간선제 도입 등을 약속했다. 만약 대학이 약속을 어긴다면 교육부도 유예했던 구조개혁 조치를 재개하거나, 해당 사업을 통한 재정지원을 중단·축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들어 총장 선출 방식, 추천된 후보의 임용 제청 여부를 둘러싼 교육부와 국립대 간의 갈등이 길어지면서 일부 대학의 총장 공백 사태도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경북대는 1, 2순위 후보를 교육부에 추천했으나 교육부의 임용제청 거부로 현재까지 부총장이 총장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전주교육대,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도 총장이 공석인 상태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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