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못잡는 이라크 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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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라크 재건을 위한 '확실한 로드맵'이 드러나지 않아 이라크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바그다드 함락 이후 미국은 국방부 재건.인도지원처 소속 제이 가너 예비역 중장을 행정책임자로 임명했다가 국무부 외교관 출신 폴 브레머를 공식 행정관으로 바꿔 임명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이라크 과도정부 수립 방향이 틀어졌다.

가너 처장은 각 정파와 부족 대표가 참여하는 '거국적 기구'를 만들어 과도정부를 발족할 것을 계획했다. 그러나 브레머 행정관은 최근 25~30명의 이라크인으로 구성되는 자문위원회로 과도정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재건계획이 바뀌자 이라크인들은 "미군이 이라크를 직접 통치하려 나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라크 시아파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시스타니는 아예 "미군은 뒤로 물러서고 이라크인의 자치를 허용하라"고 주장한다.

정치 '로드맵'이 흔들리면서 경제재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항세력들은 벌써 송유관을 파괴하고 있다.

정정 혼란이 계속되자 외국 자본이 투자를 꺼려 원유 생산시설의 완전 복구는 기약이 없다. 석유를 팔아 재건비용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월급도 못받고 최근 해산된 이라크군 40만명은 실업자 불만세력이 됐다.

뒤늦게 미군정은 전직 이라크군에 못준 월급을 지급하고 석유 수출대금의 일부를 이라크인의 복리후생을 위해 배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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