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성범죄 피해 신고 온 10대 '성추행'한 경찰관 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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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관이 성범죄 피해사실을 신고하고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찾은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아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 종암경찰서 소속 정모(37) 경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 경사는 지난달 25일 인터넷에 자신의 신체가 찍힌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다며 수사를 의뢰한 A(18·양)을 상대로 휴대전화로 신체 특정 부위를 촬영하고 손으로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은 지난달 22일 종암경찰서에서 첫 조사를 받은 뒤 정 경사로부터 “25일 일요일에 다시 나오라”는 말을 듣고 이날 경찰서를 다시 찾았다. 정 경사는 A양과 동행한 서울시 성폭력피해아동 보호기관 소속 상담사에게 “자리를 비워달라”고 한 뒤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며 A양의 신체 일부를 촬영하고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사건 당일은 일요일이어서 사무실에 당직 근무를 서던 정 경사 외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정 경사는 “수사 상 영상 속 인물이 A양과 같은 사람인지 확인하기 위해 찍은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이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할 경찰관서에서 성범죄 피해자에게 추가 피해를 가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며 "지휘 및 감독자에 대해서도 관리감독 태만 등의 여부를 따져 상응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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