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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4000원대 초반 외산 담배…'잘 나가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하루에 한갑 반을 흡연하는 애연가인 송모(40)씨는 그간 피워오던 4500원짜리 국산 담배 대신 타르·니코틴 함량이 비슷한 4000원짜리 외산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눅눅한 맛이 강하게 느껴졌지만 이내 새 담배 맛에 적응했다. 송씨는 “이틀에 1500원을 덜 쓰는 셈인데, 한달이면 2만2500원 정도를 아낄 수 있다”며 “담배를 바꾼 것만으로 점심식사 3~4끼 정도를 해결할 수 있는 돈이 굳는 셈”이라고 말했다.

주요 외산 담배사의 ‘저가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올해 초 인기 담배의 가격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된 이후 4000원대 초반의 담배를 주력 브랜드로 밀고 있는 분위기다. 담배업계에서는 지갑이 얇은 애연가들을 타깃으로 한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JTI코리아는 최근 4300원에 판매하던 ‘메비우스 E스타일’의 가격을 4000원으로 소리소문 없이 내렸다. 덕분에 메비우스 E스타일이 이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말 1.8%에서 지난달 4%로 껑충 뛰었다. 한번 피우던 것을 바꾸기 힘든 ‘기호품’으로 분류되는 담배에서 이처럼 매출 비중이 급상승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담배업계의 평가다. BAT코리아도 ‘보그 프리마’의 가격을 기존 4300원에서 4100원으로 200원 내렸다.

매출 비중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 외산 담배사 관계자는 “주력인 4500원짜리 담배의 매출 비중을 뛰어넘지는 못하지만, 4000원대 초반 담배의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사실 지난해만 해도 저가 담배군(群)에서는 ‘타르 3.0㎎, 니코틴 0.3㎎’ 이하의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카멜 이볼루션 수퍼슬림 3.0㎎·1.0㎎’, ‘로스만 1.0㎎’ 등 외산 담배를 중심으로 4000원대 초반의 담배도 구색이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 흡연자의 하루 평균 담배 소비량이 14개비인 점을 노린 소량 포장담배도 등장했다. BAT코리아는 14개비 팩 ‘던힐’ 2종을 3000원에, JTI코리아는 ‘카멜’을 2500원에 내놓았다. 특히 카멜 14개비 팩의 개비당 가격은 178원으로 20개비가 들어있는 기존 카멜(4000원)의 개비당 가격 200원보다 22원 싸다. 흡연자들은 ‘담뱃값이 비쌌는데 잘됐다’며 반색했지만, 정부 눈치를 보는 편의점 등 유통업체에서는 시장 질서를 해치고 정부의 금연정책의 효과를 감소시킨다는 이유로 판매에 몸을 사리고 있다.

사실 담배 한갑에 붙는 세금과 유통 마진 등을 감안하면 4000원대 초반 담배를 팔아도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외산 담배사들이 저가 전략을 펼치는 것은 담뱃값 상승을 계기로 KT&G가 지배하는 국내 시장의 판을 흔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집중시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며 “애연가들은 다양한 가격과 제품을 선택할 권리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반기고 있으나, 정부에서는 금연정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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