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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서 기회 찾은 정주영처럼 … 아람코와 손잡은 현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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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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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정기선 현대중공업 기획실 총괄부문장(왼쪽)과 알 나세르 아람코 사장이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 현대중공업]

실적 부진에 발목잡혀온 현대중공업이 새로운 발상으로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중동 지역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공동으로 찾기로 한 것이다. 두 회사가 함께 사업을 개척할 업종은 조선과 정유사업은 물론 건설·플랜트·전기전자 등 사실상 전분야다.

포괄적 협력관계 MOU 체결
적자 주범 플랜트 사업 수주 확대
조선소 건설 참여, 엔진분야 협력
현지 금융·인력 통해 위험성 줄여
아람코는 사업다각화 기회 ‘윈윈’

 업계에서는 기술력에 다양한 플랜트 사업 경험이 축적된 현대중공업과 막강한 자본력에 중동 현지 사정에 누구보다 밝은 아람코가 손을 맞잡은 만큼 어떤 시너지 효과를 거둘지 주목하고 있다. 아람코는 전세계 원유생산량의 15%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의 석유 메이저로 석유운송·해양·플랜트 등 주요 기간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11일(현지시간) 사우디 현지에서 정기선(33) 기획실 총괄부문장, 조선사업 김정환(61) 대표, 플랜트사업 박철호(56)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아람코와 포괄적인 협력관계 구축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정 총괄부문장은 그룹 오너인 정몽준(64)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이날 아람코 역시 알 나세르(Al Nasser) 사장 등 이 회사의 최고경영진이 직접 참석했다. 이번 MOU 체결은 지난 3월 알 팔리(Al Falih) 당시 아람코 사장(現 아람코 회장·사우디 보건부 장관)의 현대중공업 방문과, 4월 알 나이미(Al Naimi) 사우디 석유장관을 비롯한 아람코 이사진의 현대중공업 방문이 계기가 됐다. 당시 영접에 나섰던 정기선 총괄부문장은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협력사업 준비에 착수하는 등 이번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아람코로서도 현대중공업과의 협력은 손해 볼 것이 없는 거래다. 아람코의 모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2013년 기준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2만5961달러에 달하지만, 대부분 원유생산을 통해 거둔 것이어서 산업 다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두회사는 이날 체결한 양해 각서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현대중공업과 아람코는 현재 아람코가 추진 중인 사우디 합작 조선소 건립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현대중 관계자는 “사우디 내에서 발주되는 선박에 대한 수주 우선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조선소 운영 참여 등을 통해 다양한 수익 창출의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 아람코는 한발더 나아가 선박용 엔진 분야에서도 합작 등 공동사업개발을 논의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힘센엔진’의 중동지역 수출, 엔진 현지 생산 및 A/S사업 등 다양한 엔진분야 협력을 통해 중동지역 시장 확대에 함께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그간 대규모 적자의 주범으로 꼽혔던 플랜트 사업에서도 아람코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게돼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존 플랜트 사업이 대부분 중동지역 발주에 집중된 만큼 된 현지 수주 확대는 물론, 아람코의 현지 금융·인력 지원 등을 통해 대형 EPC(설계·조달·시공)사업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한발 더 나아가 이번 아람코와의 협력 강화가 연속 적자 상황을 반전시키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점친다.

 현대중공업은 올들어 3분기까지 1조2610억원(연결기준)의 누적적자를 기록 중이다. 일부에선 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과거 사우디 주베일산업항공사 수주를 통해 1970년대 중반 오일쇼크의 위기를 벗어났던 일을 상기하는 이들이 많다.

 1976년 당시 오일쇼크의 충격으로 휘청이던 현대그룹은 당시 단일공사로는 세계 최대규모(공사 총액 9억4500만 달러)였던 주베일산업항 공사 수주를 통해 위기를 벗어남은 물론 국제적인 공신력을 가진 건설사로 부상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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