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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할아버지부터 4대째, 뷰파인더로 본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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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의, ‘상춘정의 아침’, 2014 [사진 청암아카이브]

‘대대로傳-The Big Flow’

집안 대대로 이어가는 가업을 지키는 일은 어렵다. 예술 분야라면 더 그렇다. 임정의(71)씨 댁은 4대째 사진가의 길을 잇고 있다. 한국 리얼리즘 사진 1세대 임석제(1918~94), 그 장조카로 대한사진통신사를 설립한 임인식(1920~98), 임인식의 아들로 한국 건축사진을 개척한 임정의(71) 청암사진연구소 대표와 손자인 임준영(39) 홍익대 디지털미디어디자인 전공 겸임교수다. 특히 임정의 대표는 선대가 남긴 한국사진사의 중요 기록물을 보존하고 정리하는데 사명감을 지니고 자료집을 내고 있다. 희귀하고도 귀한 일이다.

 지난 4일 분당 정자동 아트스페이스 J에서 막을 올린 ‘대대로傳-The Big Flow’은 그 대 잇기의 현장이다. 작품 세계는 각기 다르지만 핏줄이 통하는 4인 사진이 처음 한자리에 모였다. 선대의 고향인 평북 정주는 신문물 받아들이기를 주저하지 않던 개방적인 동네였다. 당시 집 한 채 값이었던 라이카 카메라를 들고 사회상과 도시 풍경을 찍기 시작한 아버지와 숙부의 삶은 그대로 가풍이 되었다. 정주하 백제예술대 사진과 교수는 임정의 대표의 사진 작업 평에서 그 점을 주목한다. “그 자신의 삶이 바로 가계(家系)로부터 주유된 ‘사진-적’이기 때문일 것이라 가늠해 본다(…) 사진으로 사진 속에서 살아온 시간이 길기에 그의 습속(習俗)으로 익혀진 사진 문법이 이를 가능하게 했으리라.”

 임정의 대표가 전시와 함께 펴낸 『The Great Half Century : 임정의 포토그라피 1』(청암아카이브)은 지난 50여 년 “우리가 겪어왔던 시간의 이미지이고 스토리”이며, 임 대표 자신에게는 “나의 발자국이며 나의 자서전”이다. 코리아헤럴드 사진부 기자로서 그는 국가 근대화, 강남 개발, 새마을운동, 아파트 건설 붐, 전통담론, 국력, 관광산업, 수출 관련 사진들을 매 순간 충실하게 기록했다. 이경민 사진아카이브연구소 대표는 그의 사진이 “국가권력이 한국의 이미지를 사진을 통해 어떻게 표상하려고 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다”고 평했다. 전시는 다음 달 9일까지. 031-712-7528.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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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12월 8일 전시 8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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