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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하다’는 제 짝이 아니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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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내년 4월에 총선이 치러진다. 선거가 다가오면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눈이 곱지만은 않다. “재선을 염두하고 내놓은 구상이 아니냐” “총선을 염두한 정치적 행보가 아니겠는가” “그의 발언은 충정이냐, 선거를 염두한 포석이냐” 등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어서다.

 마음속에 어떠한 생각을 담아 두다는 뜻으로 ‘염두하다’를 쓰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말은 없다. “재선을 염두하고 내놓은 구상”은 “재선을 염두에 두고 내놓은 구상”으로, “총선을 염두한 정치적 행보”는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로, “선거를 염두한 포석”은 “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고쳐야 자연스럽다.

 마음속, 생각의 시초란 의미의 명사 ‘염두(念頭)’는 주로 ‘염두에 두다’ ‘염두에 없다’ ‘염두 밖의 일’ 등의 형태로 사용한다. ‘염두’에 접사 ‘-하다’가 붙은 꼴인 ‘염두하다’는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말이다. 당연히 ‘염두해 두다’는 표현도 잘못됐다. “결국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해 둔 것으로 해석된다”처럼 쓰면 안 된다. ‘염두에 둔 것’으로 바루어야 한다.

 이김과 짐을 뜻하는 명사 ‘승부(勝負)’ 역시 접사 ‘-하다’를 붙인 꼴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일컫는 말인 ‘승산(勝算)’이나 승리와 패배를 아울러 이르는 말인 ‘승패(勝敗)’에 ‘-하다’를 붙여 ‘승산하다’ ‘승패하다’로 사용하면 어색한 것과 마찬가지다. ‘승부가 나다’ ‘승부를 내다’ ‘승부를 가르다’ ‘승부를 걸다’ 등의 형태로 쓰인다.

 “후보자들도 막말과 인신공격성 선거전보다는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엔 참신한 인물을 내세워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흑색선전과 이전투구 대신 정책 대결로 승부하는 선거 풍토를 만들자”와 같이 표현해선 안 된다. ‘정책으로 승부해야’는 ‘정책으로 승부를 걸어야’로, ‘참신한 인물을 내세워 승부하는 수밖에’는 ‘참신한 인물을 내세워 승부를 내는 수밖에’로, ‘정책 대결로 승부하는 선거 풍토’는 ‘정책 대결로 승부를 가르는 선거 풍토’ 등으로 적절히 바꿔 줘야 한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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