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조작은 물러난 CEO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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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폴크스바겐 직원들이 배출가스 조작 사태의 원인을 물러난 최고경영자(CEO)에게 돌렸다. 마틴 빈터코른(68) 전 폴크스바겐 CEO가 내건 무리한 목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강압적인 조직 문화를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조작을 직접 실행한 내부 직원의 주장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폴크스바겐 직원들 감사서 폭로

 9일 독일 주간지 ‘빌트 암 존탁’에 따르면 폴크스바겐 직원들은 내부 감사에서 2013년부터 올해 봄까지 연비가 높은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타이어 압력을 조정하고, 엔진 오일에 경유를 섞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일부 엔진오일의 경우 경유를 넣으면 연비가 일정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직원들은 이번에 문제가 된 이산화탄소 배출량 데이터에도 손댔음을 시인했다.

 직원들은 부정의 원인에 대해 “빈터코른이 무리한 목표를 설정했다. 이에 맞추려고 조작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빈터코른은 2012년 3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5년 3월까지 30% 감축하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발언은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유럽이 내세운 강력한 규정보다 더 높은 수치였다. ‘클린 디젤’을 내건 회사 전략과 맞물려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는 직원들로선 달성하기 버거운 목표였다. 내부 기술진은 CEO에게 감히 이 같은 사실을 전하지 못했다. 결국 데이터 조작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빌트 암 존탁은 “본사 연구개발(R&D)팀에서 일하는 한 기술자가 이같은 내용을 지난달 말 상부에 보고했다. 회사 측은 해고·소송이 없을 것을 약속한 뒤 내부 조사를 진행해왔다”고 보도했다.

 폴크스바겐 측은 보도 직후 “내부 감사에서 직원들이 연료 소모량을 측정하는데 부정행위가 있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향후 조사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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