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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방 합치고 욕실을 드레스룸으로 … 집 구조 맘대로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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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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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카페형 옵션을 적용한 서울 성북구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 전용 면적 84㎡형의 주방과 침실. [사진 삼성물산]

“원하시면 주방 옆 침실을 서재로 바꿔 쓰셔도 돼요.”

[현장 속으로] 늘어나는 DIY 아파트
선택사양 활용한 고객 맞춤형 설계
발코니 확장 수준서 업그레이드
주방·침실을 홈카페형으로 만들고
실내 마감재도 소비자가 선택 가능
“다양한 옵션 제공 경쟁 치열할 것”
공사비 늘어나 분양가 상승 우려도

 사업가인 김현국(44)씨의 귀가 쫑긋 선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한 재개발 아파트 견본주택을 둘러보다 들은 안내 직원의 말 때문이다. 곧장 직원 옆으로 달려간 그는 말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온 신경을 집중한다.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설명하던 안내 직원은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마음대로 집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김씨가 둘러본 전용면적 84㎡형(옛 33평)은 주방과 그 옆 침실을 홈카페형이나 와이드 다이닝형으로 교체할 수 있다. 홈카페형을 선택하면 장식장과 책장 등이 패키지로 제공된다. 서재나 카페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김씨는 이곳에서 신문이나 책을 읽거나 컴퓨터 작업을 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대신 와이드 다이닝형을 선택하면 주방과 침실 사이 벽을 뚫어 식탁을 가로로 길게 배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그만큼 침실 규모가 줄게 돼 남는 공간은 팬트리(식품 저장창고)로 쓰면 된다. 김씨는 슬그머니 고개를 저었다.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니 서재로 바꾸는 게 낫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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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두 개를 하나로 합친 59㎡형 자녀방. [사진 삼성물산]

 결혼생활 5년 차인 정윤식(39)씨도 이 아파트 59㎡형(옛 25평)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방이 세 개짜리지만 계약자가 원하면 작은 방 두 개를 합쳐 큰 방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다. 큰 방 하나와 작은 방 두 개를 쓸지, 아니면 큰 방 두 개를 사용할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정씨가 방을 합친 형태를 보니 어림잡아도 안방보다 훨씬 넓어 보였다. 방 귀퉁이에는 드레스룸(옷방)이나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도 들어서 있다. 정씨는 “네 살배기 아들이 신나게 뛰어놀기 좋을 것 같다”며 “공간을 최대한 넓게 쓰는 방향으로 집을 꾸며볼 생각”이라고 했다.

 소비자 마음대로 집 구조를 바꿀 수 있는 ‘DIY(Do It Yourself·직접 만들기) 아파트’가 늘고 있다. 아파트 평면에 대한 주택 수요자의 선호도가 다양해지는 추세에 따라서다. 실내 구조 변경이 어렵고 평면이 획일적인 아파트에서 ‘고객 맞춤형’ 아파트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진흥실장은 “최근 수요자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건설업체도 주거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어떻게 하면 같은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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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파트 59㎡형 평면도. 안방 욕실을 드레스룸으로 바꿀 수 있고 슬라이딩 장을 추가할 수 있다. 침실 1과 침실 2는 방 하나로 합칠 수 있다. [사진 삼성물산]

 실제로 소비자가 아파트 내부 구조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사양(옵션) 도입이 잇따른다. 옵션이란 주택 분양 때 건설사가 발코니 확장, 가전제품 설치 등 여부를 입주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과거에는 발코니를 확장하거나 이동식 옷장을 설치하는 수준에 그쳤으나 이젠 다양한 평면은 물론이고 공간 디자인까지 선택할 수 있다. 기존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거공간 설계에 자신이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건설사가 선보인 옵션 가운데 가장 특징적인 것은 수납공간 설계다. 방이나 거실·주방 등에 수납공간을 집어넣고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식이다. 삼성물산이 서울 길음동에서 분양 중인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의 경우 안방 욕실을 소비자 필요에 따라 드레스룸으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삼성물산 고건국 분양소장은 “한정된 공간을 다양하고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쓰임새 많은 평면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가변형 벽체를 이용한 옵션도 많다. 가변형 벽체는 입주자가 방과 방(또는 거실) 사이의 벽을 없앨 수 있는 방식으로, 방 크기나 개수를 조절할 수 있다. 한라가 경기도 시흥에 내놓는 시흥배곧 한라비발디 캠퍼스 3차 전용 84㎡형 일부는 침실 두 개를 하나로 합쳐 넓게 쓸 수 있다. 현대건설이 경기도 안산에 분양하는 힐스테이트 중앙도 가변형 벽체를 적용해 작은 방을 공부방 용도로 사용하거나 침실로 넓게 쓸 수 있게 했다. 이외에 한양은 남양주 다산신도시 한양수자인 단지의 실내 마감재를 선택할 수 있게 했고, 대우건설은 파주 운정신도시 센트럴 푸르지오 계약자에게 김치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옵션으로 제공한다.

 최근엔 오피스텔까지 ‘DIY 바람’을 타고 있다. 소형 아파트를 대체하는 주거용 오피스텔, 일명 ‘아파텔’이 늘면서 설계 방식까지 주거 용도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롯데건설이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분양 중인 청라 롯데캐슬 오피스텔이 대표적이다. 원룸형이던 전용 58㎡형은 가변형 벽체와 방문을 달아 방과 거실로 나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옵션을 활용한 ‘맞춤 설계’ 흐름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대우건설 주택기술팀 윤주송 부장은 “주택의 실용성과 품질을 중시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소비자의 주거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적인 예로 다양하게 평면을 설계해 공사비가 늘어나면, 이는 고스란히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분양가를 기대만큼 올리지 못하면 옵션 비용을 분양가와 별도로 책정해 만회하기도 한다. 발코니 확장의 경우엔 겉으로는 선택사항이지만 실제론 확장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발코니를 놔두면 거실과 방이 좁아 침대 등을 놓기 어려운 구조여서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연구위원은 “소비자는 실제 선택이 제한적인 것은 아닌지, 옵션은 무상인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S BOX] 아파트 평면구조 진화 … 59㎡형도 4베이, 중대형은 5베이까지

아파트 평면구조의 핵심인 베이(bay)도 진화를 거듭한다. 과거에 비해 베이 수가 크게 늘었다. 베이는 전면 발코니와 맞닿은 방과 거실 공간을 말한다. 볕이 드는 앞쪽에 방을 얼마나 많이 배치하느냐가 관건이다. 3베이는 ‘방-거실-방’, 4베이는 ‘방-방-거실-방’ 식의 구조다. 베이가 많을수록 집 구조가 좌우로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이 된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전용 84㎡형조차 2베이가 기본이었다. 90년대 후반 3베이, 2000년대 4베이가 잇따라 등장했지만 소비자에게 큰 반응을 얻진 못했다. 본격적인 ‘베이 바람’은 2006년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되면서 불었다. 베이를 늘려 아파트의 실사용 면적이 늘어나길 바라는 소비자의 요구가 반영되면서다. 최근엔 ‘전용 84㎡형=4베이’ 등식이 일상화됐고 59㎡형에도 4베이가 적용되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엔 5베이까지 심심찮게 등장한다. 과거 정사각형이거나 세로로 긴 구조의 평면이 가로형으로 길어진 셈이다.

 베이가 늘어나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늘어난다. 예컨대 4베이 아파트는 방 세 칸과 거실에 모두 발코니가 있어 확장하면 3베이에 비해 체감 면적이 확 늘어난다. 햇볕이 드는 공간이 넓어져 채광이 좋고 통풍과 환기도 잘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베이를 늘릴 수는 없다. 건설사 입장에선 전면 폭이 크다 보니 배치할 수 있는 가구 수나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이 줄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업체들은 베이를 다양하게 섞어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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