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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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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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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수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
3R동물복지연구소장

최근 용인에서 일어난 사건은 ‘캣맘’과 고양이를 혐오하는 시민들 간의 갈등을 극렬하게 대립시키는 중대 사건으로서 많은 매스컴에서 다루어졌다. ‘결국 터질 게 터졌구나’라고 느낀 필자도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런 극단적인 일까지 벌였는지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사건을 지켜봤다. 결과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초등학생의 철없는 짓으로 막을 내렸다. 그래도 안타까운 것은 고공 낙하한 벽돌에 의해 희생당한 마음씨 고운 캣맘들의 억울한 죽음과 상처다. 캣맘이란 엄밀하게 말하면 영어가 아니다. ‘Cat care-taker’라는 영어를 알기 쉽게 만든 콩글리시지만 의외로 외국인도 친근해하는 용어다. 현재 국내 캣맘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필자가 사는 성남시나, 이번 사건의 현장인 용인시에도 캣맘들의 협의회가 있다. 대부분의 캣맘들은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자기의 길냥이(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 지역 주민들과의 합의과정이 없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의 오해와 불만도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 도쿄에서도 예전에는 길거리에 고양이가 무척 많았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고양이에 대한 지속적인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첫째, 고양이 사육 3원칙의 보급이다. 고양이는 반드시 실내에서 사육하는 조건부로 길러야 하고, 불임거세하고, 신원표시를 해야 한다. 둘째, 지자체가 여러 지원을 하지만 지역주민 간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는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캣맘들이 개인적으로 활동하기보다는 조직적으로 움직이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캣맘 간에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길냥이(노라네코)에 대해서는 먹이를 주는 장소와 시간도 서로 합의하에 정한다. 반드시 불임수술을 해야 하며, 분변처리도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국가와 도시에서 어느 정도 견지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 길냥이의 수명은 3년을 넘기기 어렵지만 도쿄에서는 4년 정도로 보고 있다. 그러나 1년에 서너 번씩 한 번에 서너 마리씩 새끼를 낳으니 그 번식력은 가위 기하급수적이다. 2년 전에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에만 최소 20만 마리 이상의 길고양이가 산다. 따라서 번식 제한조치가 없으면 개체수 조절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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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과격한 시민은 쥐약을 놓아 동네 도둑고양이를 제거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진공효과를 불러일으켜 천적이 사라진 지역에 들쥐가 번성하게 된다. 이는 결국 주위 다른 지역으로부터 더 많은 고양이가 몰려오게 되어 이중고가 될 수 있다. 아파트 지역보다 일반주택 지역에서 더 불만이 많다. 고양이들이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뒤져 환경을 더럽혀 놓기 때문이다. 이는 아파트처럼 음식물쓰레기통을 설치하면 좀 더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지자체들의 대부분 민원이 길고양이와 관련돼 있는데, 혐오시민의 고충이 90% 이상이다. 특히 번식기의 괴성이 제일 큰 불편사항이다. 이는 TNR(Trap-Neuter-Return, 포획-중성화-방사)라는 불임수술로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일정 지역군에서 70% 이상 중성화시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게 학자들의 지론이다. 대만 타이베이의 경우 중성화사업에 착수한 2006년부터 비밀리에 집중 시행 지역을 선정한 뒤 철저하게 실시해 큰 효과를 보았다. 타이베이에선 현재 절반 정도의 리(우리의 구에 해당)에서 TNR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자원봉사, 시민단체와의 협조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관 주도로 시행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집고양이의 유기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집고양이의 중성화수술 시행 및 내장형 칩 삽입에 의한 동물등록제 시행이 동반되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도 ‘동물복지계획 2020’을 수립했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예산과 인력이 태부족이다. 또 지난 7월 국회에서 여야가 함께 ‘동물복지국회포럼’을 발족해 토론회를 열었다. 38명의 국회의원이 참가한 이 포럼은 지난달 15일 동물보호복지를 위한 입법과 예산 배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현 19대 국회 임기 동안 통과된 동물복지 관련 법안은 불과 10건뿐이었다. 아직 계류 중인 46건의 법안이 언제 처리될지 도무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사회는 과연 불가능한 것인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인간과 동물의 공존은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다. 자연의 일부이기도 한 도시는 인간만 사는 세상이 아니다. 식물과 더불어 각종 동물도 생태도시계의 구성원으로 여겨야 한다. 우리 인간에게는 자신의 생태계를 보존하고 유지해야 하는 책임과 권한이 있다. 좀 더 살 만한 세상을 만들고 후손들에게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도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진수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3R동물복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