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형의 음악이 있는 아침] 지옥처럼 힘든 곡도…쇼팽 전주곡 Op.28 16번

중앙일보

입력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건반이 질주합니다.
폭주하는 모터사이클의 뒷자리에 탄 느낌이랄까요. 꽉 잡아야 안 떨어집니다.
16번은 쇼팽의 전주곡 스물네 곡 중에서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곡으로 손꼽힙니다.
오죽하면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 한스 폰 뷜로가 이 곡에 ‘지옥(Hades)’이란 별명을 붙였을까요.
쇼팽 연주의 대가인 블라디미르 데 파흐만이 전주곡 16번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프레스토(presto)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프레스티시모(prestissimo), 혹은 비바치시모(vivacissimo)로 연주돼야 한다.“
프레스티시모는 가장 빠른 템포입니다. 비바치시모는 거기에 생동감까지 덧붙이란 얘기죠.
‘지옥’처럼 힘든 곡도 아찔하고 아름답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들.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은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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